[마켓트렌드]명품 넘어 대중 브랜드까지…리커머스가 패션 트렌드 이끈다
리커머스 시장이 요즘 패션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재판매, 즉 중고품 거래라 부르는 이 리커머스는 한때 한정판 스니커즈 마니아의 전유물이나 개성파 빈티지 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조금은 마니악한 트렌드였다. 그런데 지금은 명품부터 대중 브랜드까지 너나할 것 없이 유입되는 거대한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패션 팬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대기업·유통사도 눈독을 들이는 현상이다. 2025년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400조 원 가까이 치솟았고 국내 패션 업계만 봐도 중고 패션 플랫폼 이용자 수가 2년 전보다 네 배는 늘었다는 데이터가 눈에 띈다.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 이른바 MZ세대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집단인데, 재미있는 건 바로 이들이 리커머스의 핵심 고객이라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새 옷, 새 가방이 자랑거리였다면 요즘은 “이건 한정판이라 리셀가가 더 올랐대!”, “이 백 나만 아는 스토리 있어” 등 자신만의 취향·스토리를 공유하며 신선한 패션 라이프를 즐긴다. 중요한 건 여기서 ‘가치소비’와 ‘순환’이라는 키워드다. 친환경·윤리적 소비, 그리고 경제적 합리성까지 챙기는 MZ세대의 시각이 패션 소비에 깊숙이 반영됐다.
실제로, 중고명품 플랫폼의 거래액이 명품 신상 매출의 성장률을 추월하는 상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번개장터나 크림(KREAM), 트렌비, 마켓인유 등 다양한 패션 리커머스 플랫폼은 클래식 명품부터 롱패딩, 스니커즈, 심지어 SPA 브랜드 아이템까지 가리지 않는다. 브랜드 역시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탑승했다. 구찌, 프라다,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이 자체 리셀 서비스 오픈을 알리며 리커머스 시장 파이 키우기에 나선 것. 럭셔리는 이제 ‘새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가진 것’에서 가치를 찾는 분위기로 전환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컬래버레이션 한정판이나 절판된 시즌 아이템은 물론, 새 주인을 찾아 떠나는 ‘셀럽 소장템’도 시장을 뜨겁게 달군다. SNS와 라이브 방송 등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 역시 리커머스 열풍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이걸 내가 한 시즌 입고 돌려줄게!”, “이 신발 샀던 이유가 뭐냐면…” 식의 스토리텔링과 자기 PR이 어우러지는, 아주 패셔너블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에도 실질적인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업사이클링 아이템, 지속가능 패션 라인업까지 등장하며 많은 브랜드가 패션의 순환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편 ‘중고 거래’라면 따라오는 위조품, 사기, 상품 검수 이슈도 여전히 시끄러운 주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AI 이미지 분석, 실물 감정·검수 서비스 도입 등 플랫폼별 보안·신뢰 시스템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 일부 리커머스 플랫폼은 상품 이력추적(블록체인 활용) 서비스도 시동을 걸면서 신뢰 제고에 힘쓰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거래의 편의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레벨업된 셈이다.
패션 시장 전반이 ‘지속가능’을 키워드로 삼는 가운데, 앞으로 리커머스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고전 브랜드들도 빈티지 재발매나 공식 인증 리셀 이벤트로 고객과의 ‘두 번째 만남’을 준비 중이고, 소비자가 곧 자신의 스타일 디렉터가 되는 시대는 계속될 듯하다. 이제는 옷장 속 잠자던 셔츠 한 장도, 한 시즌 신었던 부츠 한 켤레도, 나와 다음 사람의 ‘가치있는 소비’를 이어주는 주인공이 된다. 성장하는 리커머스 시장, 그리고 그 안의 패션 스토리. 다음 시즌은 또 어떤 아이템이 우리의 관심과 소유욕을 자극할지 기대해봐도 좋겠다.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