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브라질 공급망 전략적 연대와 메르코수르 협정의 구조적 의미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방문 중인 브라질에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의 시급함과 브라질의 글로벌 공급망 핵심축으로서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외교 방문을 넘어 국가 경제 정책의 구조적 변환을 모색하는 구체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경제권인 동시에, 광물 자원, 농산물, 2차 전지·풍력 등 미래산업의 필수 공급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제 공급망은 미중 전략경쟁의 영향, 유럽·미주 시장의 보호무역 강화, 세계적 기상이변에 따른 자원 불안정성 등 구조적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글로벌 제조업의 중추를 담당하면서도, 원자재·중간재 다변화와 공급선 안전 확보가 필수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라질과 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공동시장) 회원국과의 경제적 연대는 필연적 선택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2024년 기준 한국과 브라질의 교역규모는 연간 110억 달러(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달하며, 브라질은 철광석, 원유, 대두, 리튬·니켈·망간 등 전략광물의 안정적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전기차, 풍력발전, 첨단 신소재 등 차세대 산업의 소재 수요 급증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브라질 현지에 합작법인·투자 거점 확대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존 교역은 엄격한 관세 장벽과 불투명한 현지 행정, 인프라 부족 등 비관세장벽에 반복적으로 부딪혀왔다.

대통령의 이번 브라질 발언은 바로 이 점을 겨냥한다.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체결은 단순 관세 인하 이상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관세장벽 10~35%에 달하는 주요 품목이 협정 체결 시 단계적으로 완화되며, 특히 한국 주력 품목(자동차·부품, IT제품, 에너지 장비 등)에 높은 가격경쟁력이 부여된다. 국내외 정보에 따르면 이미 EU, EFTA, 이스라엘 등 주요 선진권이 메르코수르와 FTA 또는 유사 협정을 완료한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지는 것은 전략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순히 시장 확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메르코수르와의 협정은 공급망 다변화 전략, 즉 한국이 특정 국가 혹은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체인·생산거점 구축으로 연결된다. 특히 미국 주도 ‘친구 셰어링’(friend-shoring) 정책의 틀 내에서, 유럽·남미·동남아 등 다자간 공급선 확보는 ‘어느 한 축의 흔들림이 곧 제조업·내수불안으로 연결되는’ 현 한국 산업구조의 취약성 극복 방안으로 부상한다.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브라질이 갖는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브라질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 및 희유금속이 풍부하다. 또한 세계 최대 대두·옥수수·커피 산지이자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주요 글로벌 자동차, IT, 농업플랜트 기업이 브라질을 거점으로 진출하는 양상은 한국에도 템플릿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공급망 핵심축’ 강조와 더불어 단순 투자·교역이 아닌 미래형 ‘산업 협력 생태계’ 조성을 언급한 배경이다.

다만 현지 정정(政情), 행정 비효율, 비관세장벽, 환경규제 등 브라질 특유의 구조적 난점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법·세제 리스크, 정치적 불안, 노동시장 경직 등으로 진출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눈에 띈다. 그동안 브라질과의 경제협력에선 정부간 네트워크 미비, 현지화 정도 부족, 범정부 차원의 사전 리스크 점검 체계 부재가 문제점으로 반복됐다.

실제 무역협정 하나만으로 즉각적인 경제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기업·연구기관의 삼각 협업, 원천기술-현지생산-시장개척의 연결, 고위험 분야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및 국내 산업계 전반의 ‘공급 안정 마인드’ 확산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핵심은 국가 정책 수립과 외교, 그리고 현장 실행력의 유기적 결합이다.

한국-메르코수르 FTA는 단기적 경협 촉진뿐 아니라, 아태-남미 간 신흥 제조업 벨트 구축, 신시장 창출, 장기 공급망·산업기반 리스크 완화라는 점에서 구조적 위기극복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이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지, 산업계와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자원외교의 실효적 성과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긴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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