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예고 없이 쓰러진 30대 여성…사회 곳곳에 숨은 심장 건강의 경고장
‘오늘도 무사히’라는 다짐으로 집을 나서는 아침, 누구나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당연히 여긴 평범함의 소중함은 쉽게 잊혀지곤 한다. 8월 첫 주, 서울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32세 김지연(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에게는 ‘건강 관리가 철저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성실하게 하루를 시작한 지연 씨. 하지만 그날,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 뜻밖의 혼수상태로 이어질 거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김지연 씨는 회의실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업무로 바쁜 오전 시간에 동료들의 신속한 신고와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상태는 점점 위중해졌고, 결국 구급대에 의해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현장에서 목격한 직장 동료의 놀람, 가족들에게 닥친 청천벽력. ‘평범했던 하루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라는 말에는 충격과 슬픔, 그리고 두려움이 엇갈려 있었다.
주변의 예상을 뒤엎은 이번 사건의 원인은 급성 심장질환의 일종으로 판명됐다. 주치의 소견에 따르면, 지연 씨는 숨겨진 심근염이 빠르게 악화된 덕분에, 평소 좁은 가슴통증이나 잔잔한 피로감을 ‘업무 스트레스’로 여기고 지나쳤던 게 결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심장질환, 특히 최근 일상에 만연한 과로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등이 심장 건강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심장학회 데이터에 따르면, 20~40대 급성 심장질환 환자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2025년도 통계만 봐도, 20~39세 심근경색 및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10년 전보다 두 배나 늘었다는 설명이다. 가족력, 음주 흡연 같은 명확한 위험 요인이 없던 이들에게 발생한 사건들은 일회성 뉴스로 소모되기에 아쉬운 점이 크다.
이번 사고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동료는 “평소 잘 웃고, 스트레스도 적어 보였던 친구였다. 회사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터라 더욱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실마리가 나온다. 현행 건강검진 체계가 놓치기 쉬운 ‘잠재적 위험요인’, 즉 막연히 괜찮을 거란 사회적 환상과 ‘젊으니까 괜찮다’는 자기합리화 때문이다. 실제로 심근염, 부정맥과 같은 심장 이상은 단순 혈압·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걸러내기 힘들다. 직장인 대상 종합건강검진에서 부정맥, 잠재성 심장질환을 탐지할 수 있는 정밀 심전도, 심장초음파 등 항목은 아직도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선택 사항으로 남아 있다. 금전적 부담, 인식 부족, ‘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약간의 방심 등이 결합되면서 이번 김지연 씨 사례처럼 불시에 닥치는 위기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심리적 피로, 재택근무 후유증 등 라이프스타일의 급격한 변화도 주요 변수다. 사회 초년생부터 3040 직장인까지,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습관·늦은 야식·카페인 섭취량 증가가 심혈관계에 장기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진다. 심장 전문가들은 ‘일상 피로’와 ‘잠깐의 불편’이 경고라면 반드시 기계적으로 넘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부족한 의료 인식과 사회적 경각심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한 사람, 한 가족의 불행에 그치지 않는다. 한 직장에서 이어지는 동료들의 충격, 일터의 분위기, 그리고 직장 건강관리 시스템의 한계까지 사회 전체가 짚어야 할 문제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견디며 살아가지만,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이 결코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예고 없이 닥쳐오는 심장 위기는 ‘노력하면 비껴갈 수 있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미루지 말고, 사회 전반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때다. 건강관리는 선택이 아닌 의무, 그리고 권리임을 생각하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지연 씨의 부모는 “이렇게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정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우리의 무심함 속에 감춰진 건강의 경고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