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괴롭히는 수족구병, 3개월 새 유행 범위 33배 확대…보호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낮에도 갑자기 열이 오르고, 밤마다 아이가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며 자지러지게 울어요. 피부에 뭐가 났는지 알면서도, 막상 병원에 가니 수족구병이라고 하더군요.” 서울 강남구에서 2살 딸을 키우는 박희연(36)씨의 한숨이 깊어졌다. 최근 들어 주변 소아과마다 수족구병 환자가 급증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지난 3개월 동안 영유아 사이에서 수족구병 유행이 33배 가까이 폭증했다는 정부 통계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소아과 외래 환자 중 수족구 의심 환자의 비율은 주 단위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손등과 입, 발에 작은 물집이 생기고 고열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유치원부터 어린이집까지,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마다 전파가 빠르게 일어났고, 피해의 중심에는 언제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있다. 육아 커뮤니티와 보호자 모임에는 ‘이번 유행이 이례적으로 심하다’, ‘한 반에 절반 이상 아프다’는 사연이 줄줄이 올라온다.
실제로 올해 5월 이후로 전국 수족구병 환자는 매주 급증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4월 첫 주 기준 전국 의심환자는 의료기관 1000곳당 7.6명 수준이었으나, 7월 말에는 247명을 돌파했다. 이는 33배가 넘는 폭증으로, 의료진은 “코로나19 이후 첫 대규모 유행”이라며 예년 패턴과는 다르다고 경고했다. 5세 미만 아동이 전체 환자의 87%를 차지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상황이 심각하다. 대만·중국·일본에서도 올해 상반기 수족구병 유행세가 이례적으로 강하게 나왔다. 산후조리원 근무 간호사 김소영(31)씨는 “아이가 잠도 편히 못 자 힘들어하는 부모가 늘었다. 가족 전체가 격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일상이 흔들린다.
수족구병은 주로 콕사키 바이러스와 엔테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공기 중 전파보다는 주로 접촉을 통해 옮는다. 방역의 기본은 손 씻기지만, 혈연관계 가족이나 형제 사이 전파를 원천적으로 막긴 쉽지 않다. 보육시설의 동시다발적 환자 발생은 결국 부모의 순번 휴가·재택근무로 이어지며, 맞벌이 가정의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의료계는 “대부분 증상은 7~10일 내 저절로 호전되며, 발병 후 1주일이 가장 전염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린이의 고열·수분 손실 위험, 드물지만 혈관·신경계 합병증의 우려 때문에 보호자 불안을 키운다. 정부는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단계별 신고·격리 지침을 마련하라고 당부했으나, 아직도 많은 시설에선 정보 공유와 방역 안내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아이는 언제 나을지’, ‘돌봄 공백은 누가 채워주나’라는 보호자들의 간절한 물음이 무겁게 쌓이고 있다.
수족구병 유행이 코로나19와 달리 치명질환은 아니더라도 부모·보호자, 또 아이 자신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과 실질적인 돌봄 공백을 만들어낸다. 저출산·맞벌이 가정 증가라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감염병 한 번의 유행이 취약 가정에 미치는 충격파도 결코 작지 않다.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적 인프라, 시설별 방역 통합관리의 구조적 미비점이 이번 유행에서 다시 노출됐다.
결국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일시적 감염’이 아니라, 질병에 휘둘리며 불안과 혼란을 견뎌야 하는 가족·공동체의 일상 그 자체다. 보육시설과 지역사회, 정부가 유기적으로 손을 잡아야만 ‘또 한 번의 여름’이 고통의 계절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자녀 돌봄이 곧 사회복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한 발 더 가까워지는, 보다 안전한 보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호자들의 호소에 더 적극적인 응답이 있어야 할 때다.—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