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와 조명이 만난 공간디자인페어, 한국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흐름을 제안하다
코엑스에서 개막한 ‘공간디자인페어’에서는 가구와 조명, 그리고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현재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트렌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브랜드가 저마다의 철학과 기술을 제품에 녹여 선보이는 장소, 그 안에서 우리는 소비자의 취향과 변화하는 생활 패턴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제안부터, 해외 유수 브랜드의 최신 컬렉션, 친환경 및 업사이클링을 앞세운 사회적 가치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췄다.
실질적으로 현장을 걷다 보면 최근 인테리어 업계가 ‘취향의 다각화’와 ‘개인화’를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소파와 테이블, 조명 하나하나에 담긴 미학적 취향에서부터,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하는 가림막, 실내 온습도와 공기질까지 챙기는 스마트기기 연동 제품까지, 인테리어 산업은 더이상 단순한 ‘공간 꾸미기’를 벗어나 삶의 질 전반을 재정의하는 문화로 자리잡아간다. 이번 디자인페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맞춤형 가구, IoT 조명, ESG 기반 소재 가공까지 유의미한 시도가 곳곳에 녹아 있다.
다수의 관람객이 ‘라이프스타일의 전시회’라는 평가를 하듯, 인테리어 트렌드는 점점 더 사용자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다. 특정 브랜드의 인기 상품이 한 공간에 집결된 형태라기보단, 다양한 테이스트의 조합과 ‘나만의 공간’을 찾으려는 관람객이 즐비하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흐름을 “취향의 체험화”라 칭한다. 가구의 종류만이 아니라 배치 방법, 조명 컬러와 타이밍, 공간을 나누는 디테일까지 ‘경험의 총합’으로서 가치를 중시한다. 똑같은 소파라고 해도 어디에 놓고, 어떤 조명과 배치하는지가 중요해진 시대다.
또한, 올해 출품작에서는 ‘지속가능성’과 ‘ESG’가 화두로 떠올랐다. 재생 플라스틱과 천연 소재로 만든 의자, 자연광을 극대화하는 조명 구조물, 쓰임 후 분해가 가능한 모듈형 빌트인 가구 등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당연히 요구되는 기준에서 출발한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환경배려+디자인”이라는 교집합에서 선택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밀라노 살로네 등 글로벌 디자인페어 역시 지속가능성이 단순 어젠다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국내도 그 흐름을 적극 따라가고 있다.
이번 페어를 찾은 한 업계 관계자는 “유행하는 제품을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엮으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집을 나만의 갤러리, 내 취향의 박물관으로 만드는 소비층이 등장함에 따라 브랜드들도 개별 제품보다는 연출 방식, 전체 제안서에 더 공을 들인다”고 밝혔다.
공간디자인페어는 단순히 판매와 홍보를 위한 만남 그 이상이다. 오랜 팬데믹 이후 집과 공간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을 반영하는 공간을 원한다. 실제로 최근 주거 수요 및 소형 주택, 셰어하우스에서도 맞춤형 가구와 모듈형 인테리어가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는 “모듈화·개인화·지속가능성”을 3대 키워드로 제시하며, 이에 따라 공간디자인 산업이 혁신점을 찾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홈퍼니싱은 기능성과 가격이 주된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경험, 감성, 환경 모두가 결합된 ‘복합적 선택’이 이루어진다.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기술의 결합도 눈에 띈다. 현장에서는 AR(증강현실)로 미리 가구 배치와 조명 효과를 시뮬레이션해보고,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인테리어를 손쉽게 구현하는 경험이 제공된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내 대형 가구업체부터 스타트업, 크리에이터까지 모두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의 경쟁구도 역시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 본질적으로 주거 공간의 가치는 ‘삶의 질 개선’이라는 점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 심미성, 혁신성, 트렌드 추구에만 매몰되기보다 결국은 집을 이루는 사람과 그들이 사는 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 사례에서도 보듯, 성공적인 인테리어 산업은 거주자의 복지·심리적 안정·지속가능한 지정학적 흐름까지 감안하는 데서 성장한다.
한국의 공간디자인페어는 단지 신제품을 보여주는 장이 아니라, 변화된 시대의 ‘삶의 방식’을 묻는 공론장의 역할까지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변화하는 취향, 다각화되는 소비자, 끝없는 혁신 속에서도 결국 공간은 ‘사람’을 위한 곳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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