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문학상, 첫 수상자에 전춘화·최진영·황정은…한국 현대문학의 현재와 물음
올해 신설된 제1회 김학철문학상 수상자로 전춘화, 최진영, 황정은 세 작가가 선정됐다. 문학상 신설의 배경과 수상자 선정 기준, 한국 소설계에서 이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김학철문학상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분단·전후 한국사를 관통하며 사실적 언어로 시대정신을 조명했던 김학철의 작품 세계와 문학적 태도를 계승하고자 만들어졌다. 그는 재일조선인이었으나, 생의 상당 부분을 조국의 역사와 분단 현실 속에 인류의 연대를 복원하려는 문제의식을 실천했다. 문학상 추진위는 그런 도전적 태도와 인간성의 복원을 추구한 김학철의 작가성을 이어받을 창작자들을 조망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수상자로 선정된 전춘화, 최진영, 황정은은 각기 다른 배경과 화법, 문제의식을 통해 당대 한국문학이 직면한 사회적 불평등과 일상의 균열, 상실과 재건의 서사를 직조한다. 전춘화 작가는 세밀한 생활감과 사라져가는 존재들에 대한 미세한 연민으로, 최진영 작가는 드러나지 않는 인간관계의 경계면을 파고드는 자유로운 시선으로, 황정은 작가는 사회적 폭력과 상처의 구조를 집요하게 천착하는 독특한 문체로 대표된다. 이들 세 명의 작가는 모두 현실과 타인의 고통에 융화되는 방식과 자기성찰적 시선을 통해 문학 본연의 비판과 구원의 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문학상 제도는 오랜 시간 남성 중심, 소수 엘리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학철문학상에서 세 명의 동시 수상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대중성과 문단적 의미가 공존하는 창작자라는 사실은 세대와 젠더, 그리고 분단·지역성까지 한국문학의 주요 이슈를 입체적으로 반영하는 장치가 된다. 사실상 각 작가의 이력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적 질문들이 포개어진다. 전춘화의 작품들은 도시 하층민이나, 보이지 않는 소외계층의 삶을 현실적으로 포착하며 문학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최진영은 2010년대 이후 가족 해체, 청년 세대의 상실, 인간관계의 공허함 등 테마에서 우울과 환상이 중첩된 세대론적 글쓰기를 선보였고, 황정은은 사회경제적 폭력 구조와 젠더 이슈, 현대인의 고립을 변주하는 독특한 시적 문장을 발전시켜왔다.
문학상 제도의 존재 가치도 다시 한번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상의 목적이 단순한 ‘거장 추대’나 문학계 내부 인정에 머무를 때, 그 의미는 곧바로 퇴색한다. 김학철문학상은 ‘성찰하는 인간, 타인과 사회의 관계성에 주목하는 문학’이라는 이상을 바탕에 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심사위원단이 밝힌 수상 동기는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중함을 드러냈다. 진정성이 담긴 생활 언어, 취약계층과 소수자의 경험, 문학이 사회적 치유로 나아가는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이번 결정은 최근 몇 년간 문단 내 젠더 이슈, 권력 구조 문제와 같이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또한 수상자 선정은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 그리고 ‘경계인’의 시선을 문학장이 어떻게 수용하고 확장해가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성취의 평가가 아니라, 동시대 독자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과거 국문학계가 순환하는 문인 중심 세습, 일부 평론가·기득권 중심의 ‘내부 칭찬’ 흐름에 머물렀다면, 올해 김학철문학상의 결과는 그 틀을 흔드는 하나의 징후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젊은 독자층의 호응과 현장 비평가들의 지지 또한 수상자 선정의 설득력을 높여준다.
문학이란 결국, 다양한 삶을 만나는 일이다. 김학철문학상은 작가의 이름만을 빌리는 표면적 영예를 넘어, ‘문학의 태도’를 사회적으로 재선언하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실상, 문학상 수상이란 외형적인 영예라기보다, 창작자의 다음 질문을 촉구하는 출발점이기에 그들에게는 ‘축하’보다 ‘다음 작업이 기대된다’는 응원이 더 어울린다. 문단 중심구조의 변모를 촉구하며, 상의 권위에 기대기보다 현실과 통하는 서사의 힘을 지금 이 순간에도 참조해야 할 때이다.
수상자 개개인은 서로 다른 환경, 성장 과정, 문학적 실천을 이어왔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키워드는 공감, 비판, 실천성이다. 각자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는 작가적 태도가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탈전통가족, 청년불안, 경제적 불평등 같은 이슈와 교차한다. 결국, 한 시대의 좋은 문학상이란 흩어진 개인의 언어를 공론의 장으로 소환할 때 빛이 난다. 김학철문학상이 문학계 내 남성 중심성의 타파, 젠더와 세대 다양성, 사회적으로 소외된 목소리의 재발견이라는 오늘의 물음들에 대한 응답이 될 수 있을지, 계속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