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집권 여당보다 낮아진 역전현상…‘정치 주도권’ 변화 신호인가
집권여당이 총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조차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등장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포착된 것. 여론조사기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28%대까지 하락했으나, 여당은 30% 초반을 유지했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불신과 당에 대한 체념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이 모순된 그림은 권력지형의 균열을 예고한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의 상호작용은 한국 정치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신호로 읽힌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집무실에 앉아있는 한, 대통령-여당의 수직적 정치 프레임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것이 정해진 순서였으나 최근, 민심이 예외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집권세력 내부의 원심력 증대, 외부적 신뢰 기반 붕괴, 실망 누적이자 무기력화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총선’이라는 정치적 분기점이다. 2024~2026년의 정당 구도와 집권 초반 ‘컨벤션 효과’가 완전히 희석된 시점에서, 대통령이 당을 이끌기보다는 당이 대통령 리스크를 방어해야 하는 도로변 입장이 됐다.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 중심 체제’ 하의 집권 플랜이 동력을 잃고, 당내 리더십이 독립 결정권을 가지는 불가피한 구조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권 지도부 회의장, 중진들의 개인적 워딩엔 ‘민심 변화’를 의식한 발언이 부쩍 늘었다. ‘대통령의 부담을 당이 나눠 지고 있다’는 말이 괜한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해석의 핵심은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간 ‘거리’의 확대다. 당장은 표면적으로 ‘정상적’ 소통과정이 유지되는 분위기지만, 실상은 정당조직의 생존 전략이 서서히 대통령실과의 거리두기를 예비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민심 수렴”을 강조하며 대통령 측근 중심 기득권 라인에 미묘한 견제를 던지는가 하면, 지역구 의원들은 사실상 현장 민심에 따른 독자 생존모드에 돌입했다. 여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지원만 믿고 출마했다간 낭패 본다”며 “이제는 지역 현장에 더 귀 기울일 때”라는 말이 느는 것은, 각각 대통령 리더십으로 통제되지 않는 분산형 정치로의 이동 신호탄이다.
이번 지지율 역전의 직접 원인은 무수하다. 거시적으로는 경기침체, 고물가, 미래 비전 결여 및 실효성 부재가 누적 요인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급락, 대외 경제 불확실성, 청년 및 중장년 층의 고용난 고착 등 민생·생활경제 이슈가 집권세력에 부담으로 작동한다. 국정 전반에서 대통령 메시지와 실질적 정책이 따로 노는 상황, 여당 내부 위기의식은 이러한 대중의 불만을 ‘당의 리더십 위기’로 규정짓고 있다. 대통령실 책임론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지만, 여권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사실상 소통구조 불통, 의제 공유 부족, ‘현장 경청’ 부재의 대목이 반복되고 있다.
반야권은 대통령과 여당의 분리 프레임을 최대치로 활용 중이다. ‘대통령 무능·여당 무책임’이라는 이중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권자 셈법을 자극한다. 실제로 최근 야권 지도부는 “집권세력이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이 정권은 이미 레임덕 신호가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강화하며, 여당 의원 개개인에 대한 ‘배신 프레임’ 공격도 병행한다. 이 같은 야권의 프레임 장악이 총선 국면에서 의회 권력 재구성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 구조에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곧 여당 구성원 전체에 대한 전가의 보도로 작동한다.
여권의 내부 사정은 더 복잡하다. 친대통령계 핵심과 비주류 실리파, 초선 파벌 간 균열이 점점 뚜렷해진다. 각각의 그룹은 당의 중장기 전략, 정책 노선, 대선 이후 보수정당계 전체 주도권 경쟁관계에서 이해관계가 다르다. 이 지지율 역전은 단순한 수치 변동이 아니라, 다가오는 총선 공천과 전략 지도에서 전면적 개각·쇄신 압박으로 재연될 것이다. 어떤 국회의원이 “지금 지도체제 그대로 총선 치면 필패”라고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미 물밑에선 ‘정책 선 그리기’ ‘대통령 책임 분산’ ‘제3의 구심점’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동시 가동 중이다.
집권세력의 정치적 리더십과 대중 지지간 연동관계가 깨질 때, 국회에서의 정당 권력 배치 역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상임위·예결위 등 핵심위원회에서 대통령 친정체제 기반이 약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사안별 입법 협상, 쟁점 이슈 조율 역시 대통령실 중심이 아니라 국회 내 세력구조가 좌우하는 식으로 대전환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 결과, 당분간 여권 내 ‘다중권력’ 구도가 대표 의원 개별 행동권 강화, 청와대-국회 간 협력구조 약화, 집단적 책임 수용 방식으로 변질될 우려도 제기된다.
최악의 상황은 대통령, 여당, 행정부 내 분리 프레임 심화로 인한 리스크다. 총선이 임박해질수록 대통령실의 메시지와 여당의 현장 메시지, 각 개별 의원의 재선전략이 실질적으로 분리된다면, 집권세력 전체가 이른바 ‘체계적 리더십 부재’ 상태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런 국면이 장기화되면, 여당 내 일시적 권력공백이 야권의 ‘레임덕’ 프레임에 힘을 보태며 유권자 피로감을 늘일 수밖에 없다. 야권 견제의 기회, 여권 내 자체 혁신 동력—양자 모두 불확실하다.
지지율은 한 순간에 바뀔 수도, 길게 고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여당 지지율 역전은 단순히 민심이동 이상의 생존, 주도권, 정국 주인의식까지 걸린 신호임은 분명하다. 향후 여권 내 어디까지 권력구조 재편이 이뤄질지, 대통령 리더십이 이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수개월간 한국 정치를 가로지르는 1순위 변수로 남게 됐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