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아이 두고 가출, 해외여행’ 전처 주장에…배명호 ‘금전 지원 계속했다’

가장 사적인 영역에서 세상 밖으로 흘러나온 진실의 조각들은 때로 낯설고 뼈아프다. 지난 며칠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건, 이종격투기 선수 배명호와 그의 전 아내 사이의 첨예한 공방이었다. ‘폐렴에 걸린 아이를 두고 가출했다’는 전처의 폭로성 게시글과, 이에 대해 그는 ‘양육비와 금전 지원을 계속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올린 사실과 주장은 도저히 간극을 좁힐 수 없을 만큼 평행선을 달린다.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에는 분명, 상대방을 원망하기 전에 지나온 시간의 애틋한 흔적이 남아있다.

상상해본다. 여름비가 연하게 내리던 날, 한 가정의 저녁 풍경—테이블 위에 남아 식어가는 밥그릇과 아이의 기침 소리, 어느 집에서 흔히 들리는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폭풍처럼 뒤틀린 건 아닐까.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도 단순한 연예인의 루머가 아니라, 한 아이와 두 어른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 장면 속에 각자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투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논쟁의 발단은 전처의 SNS 게시글 한 장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폐렴에 걸린 아픈 아이마저 두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깊은 마음의 골짜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회관계망은 감정의 강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킨다. 우리는 한밤중 무심코 스크롤을 내리며 그들의 고통을 잠시 비껴볼 뿐, 정작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결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한편, 배명호는 여러 언론에 공식 입장을 전하며 “상황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양육비를 지급했고, 금전적인 지원 역시 멈추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그는 ‘가정을 지키려 애썼다’는 단호한 언어 속에서 씁쓸함과 무기력함을 내비친다. 양측의 주장 어느 한 편으로 마음을 기울이기엔, 우리가 가진 정보는 사실 너무 단편적이다.

언론은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적인 불협화음을 공적 영역으로 옮기며 조심스러운 시선을 던져야 한다. 아이에게 가장 아픈 시간은 부모의 상처가 대중의 눈에 노출되는 바로 이때일지 모른다. SNS와 뉴스 댓글이라는 이름의 격투장에서, 소소한 묘사마저 매섭게 일그러지는 걸 보면, 무심코 내뱉는 우리 모두의 한마디도 누군가에겐 돌처럼 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에서는 사회 구조의 피로감도 엿보인다. 경기 불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 내부의 균열이 겹친 시대 속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한때 사랑했으나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두 사람이, 다시금 대중 앞에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는, 해결이 쉽지 않은 사회적 문제와 지원 체계의 미비라는 뒷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가장’의 책임과 ‘부모’의 불안, 성장기 아이의 심정까지 모두 알 수는 없으나, 누구라도 사랑의 흔적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행을 취재하고, 각기 다른 삶의 공간을 경험하는 일이 내겐 일상이지만, 이번처럼 깊은 사연 앞에서는 글을 쓰는 손끝도 무거워진다. 여행길에서 만난 수많은 가족과 아이들, 환한 미소 아래에 숨은 힘겨움을 아주 조금이나마 헤아리는 오늘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크고 작은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고 있을 터. 타인의 아픔이 쉽게 가십거리로 소비되지 않기를, 아울러 사회의 더 촘촘한 관심과 실질적인 보호가 필요한 때임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우리 모두의 일상에는 피할 수 없는 고비가 있다. 하지만 끝내 살아내는 과정 역시, 사소한 연민과 손길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배명호와 전처, 그리고 아이—그 길 위에서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정갈하게 삶의 한 귀퉁이를 기록해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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