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에너지 안보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의 진전—글로벌 리스크 대응 돋보여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에너지 안보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본격화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협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양국 정부가 체결한 공급망 협력 강화 구상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자원 확보 경쟁과 맞물려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수소, 원전, 배터리·친환경차 산업에서 필수적인 니켈, 리튬, 희토류 등 중요 광물 조달의 상당 부분이 이제 아세안 파트너와의 신뢰 기반 거래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공급망 불안, 미·중 갈등의 여파,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에너지 및 전략광물의 안정적 확보 방안이 시급해진 상황이었다. 이번 한-베트남 협력은 공급처 다변화와 공급망 리스크 해소, 그리고 이를 통한 국가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중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베트남은 세계적인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며, 다양한 광물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기존 중국 의존적 구조에서 벗어나 주요 전략광물의 원활한 조달 루트를 확보함과 동시에,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과 경제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주요 국제 매체는 한국-베트남 공급망 협력이 갖는 의미에 주목했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에서는 미국과 EU의 ‘우방국 내 공급망 구축'(friend-shoring) 정책 하에 한국이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폭을 넓혀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 현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 등은 사실상 동맹국 중심의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의 대외정책 역시 이 틀 내에서 유연성을 갖춘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자국 내 광물 가공 및 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한국과의 협력에서 모색하고 있어, 쌍방 간의 이해관계가 긴밀히 맞아떨어진다.
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국의 기관·기업 협약례도 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이 베트남 국영기업, 민간 기업과 희토류 및 니켈 합작 채굴/가공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다. 이는 한국 ‘2050 탄소중립’ 및 글로벌 탈탄소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동된다. EV(전기차), 수소경제, 원자력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은 필연적으로 안정된 원료 확보의 뒷받침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의 비슷한 공급망 다변화 정책, 미·중 갈등 심화, 일본의 인도네시아 니켈 진출 등 세계 전반에서 진행되는 공급망 재편 경쟁 구도에서 한국-베트남 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성공을 거둘지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반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값싼 생산’이나 ‘리스크 분산’ 효과를 100%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업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 기술이전, 사회·환경적 책임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 리스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인허가 지연, 정부 규제, 토지 확보 문제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환경시민단체들은 과도한 원자재 채취가 현지 생태계와 커뮤니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미국, 중국 등 타국의 자원외교 경쟁도 활발해, 한-베트남 연합만의 구조적 우위 확보가 장기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앞으로 공급망 협력 에코시스템 구축에서 주도권을 발휘하려면, 단순 광물 조달을 넘어 현지 인프라·기술협력·친환경 채굴 모델 확대, 그리고 공정한 이익분배 메커니즘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 경제 성장 전략, 동남아 전체의 공급 체인 고도화 추세와 조화를 이룰 때 중장기적 파트너십이 유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적 교류, 직업훈련, 현지 스타트업 협력 강화 등 소프트 파워 연계 확대도 촉진돼야 하며, 한국은 국제사회 환경·ESG 기준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강화로 글로벌 비즈니스 신뢰를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한-베 공급망 협력 강화는 재래식 자원경제 패러다임을 넘어서, 기술-정치-환경이 연결된 ‘3중 안보’의 시대에서 한국 경제·외교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자원의 정치적 무기화를 견뎌내고 세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확립할 수 있을지, 이번 행보의 실제 성과가 주목받는다.
— 이한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