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다저스 상대 끝내기 안타…메이저리그에 쏘아 올린 ‘부활포’
2026년 8월 27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 터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의 끝내기 안타는 단순한 개인 성과를 넘어서 구단의 판도와 한인 메이저리거의 위상을 새롭게 쓴 한 방이었다. 경기 후반까지 팽팽히 이어지던 다저스와의 혈투에서 김하성이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좌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팀의 5-4 승리를 완성했다. 이 한방이 가지는 경기적 의미는 물론, 최근 침체되었던 타격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2019년 KBO MVP 출신인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뒤 적응과 성장, 그리고 기복이라는 세 가지 흐름 속에서 때로는 벤치워머, 때로는 내야 전천후 선수로 활용됐다. 올해 역시 시즌 초반 타율 2할대 초반, 출루율 0.310~0.320대에 불과하며 만년 하위타선 역할이 강했다. 내야 수비가 뛰어나고 베이스러닝 센스도 돋보였지만, 결정적인 한 방에서는 물음표가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김하성은 본래의 콘택트 능력, 하체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은 스윙, 그리고 MLB 좌완불펜의 촘촘한 승부에도 미동 없는 집중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상대 클로저 에반 필립스와의 9구 승부에서 파울과 커트로 버티다가 결국 바깥쪽 낮은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익수 앞으로 침착하게 굴려내는 장면은 올해 김하성이 경기 후반 조건에서 보여준 변화의 축이었다. 올 시즌 후반 들어 선택적인 빠른볼 대처와 몸쪽 변화구에 대한 회피능력이 성장한 것이 결정적으로 직결됐다.
다저스 내야진 역시 김하성의 타점 상황에서 극도로 수비 시프트를 좁혔으나, 김하성은 강경한 맞불 보다는 절묘한 배트 컨트롤과 밀어치기로 틈을 깼다. 6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에서 벗어난 이번 끝내기 안타가 구단 감독 밥 멜빈의 오프닝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경기 종료 직후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다시 중심 역할을 회복했다. 오늘의 집중력은 누구나 인정할 만하다”며 단독 인터뷰를 통해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리그 전체로 봤을 때도 다저스라는 내셔널리그 최고 구단 상대 끝내기라는 점이 가지는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팀 동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나 매니 마차도 등 거물 라인업에선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졌기에, 김하성의 기습적 한방이 샌디에이고 타선 재구성에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각종 현지 통계 사이트와 팬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시즌 후반, 김하성이 리드오프·하위타선 가리지 않고 기회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승부처에서 주목한 포인트라면 역시 9회말 2사 만루, 타석에서 상대 우완-좌완 불펜 옵션이 바뀌는 과정에서 김하성이 노림수, 밸런스, 선구안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점이다. 최근 타구질 개선에 몰두해온 김하성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한층 세밀해진 어프로치와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능력, 결정적일 때 콤팩트 스윙을 실현하는 내공이 완성됐다. 가진 무기의 재정비와 상황별 대응책 설정이 현실 경기에서 완벽히 맞아떨어진 장면이다.
전국구 중계사 해설위원들도 “앞선 타석에서는 공을 쫓는 느낌이 다소 있었으나, 마지막 승부에서만큼은 무게 중심을 지키고 방망이 각도를 유연하게 바꿨다. 상대 투수와의 심리적 밀당까지 김하성이 확실히 이겼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MLB에서 강하게 대두되는 수비시프트 대응, 타구 방향 다변화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내·외야 포지션을 오가며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자주 했던 김하성에게, 이날 만큼은 본연의 클러치 능력이 전면에 부각된 경기였다.
수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야수, 특히 내야수가 굵직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던 것도 이번 한 방에 힘을 실어준다. 라이벌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한국인 타자가 끝내기 안타를 쳤던 케이스는 김하성이 사상 최초다. 이는 관련 기록이 회자되며 한국-미국 양국 스포츠 미디어에서 바로 톱 헤드라인으로 잡히기도 했다. 한일 경쟁 구도에서도 한국 야구가 다시 주목되는 단초가 된 셈이다.
개인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는 승부, 그리고 샌디에이고의 와일드카드 경쟁에도 김하성의 존재감이 확대됐다. 지구 라이벌과의 한 판, 부상과 슬럼프를 넘어 끝내기 한 방으로 팀의 숨통을 틔운 장면은 앞으로의 리그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메이저리그 구단에까지, 이번 김하성의 경기력 진화가 긴 울림을 남긴 밤이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