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커리, 영원한 록키와 이별하다 – ‘록키 호러 픽처 쇼’의 영원한 별을 추억하며
잔잔히 흐르는 기나긴 여름밤의 끝자락, 누군가의 이별 소식은 평범한 오후를 순식간에 영롱하게 휘감는다. 2026년 8월 27일, 전설적인 배우 팀 커리(Tim Curry)가 향년 80세로 생을 다했다. 이 소식은 ‘록키 호러 픽처 쇼’라는 하나의 신화적 작품의 주인공이자, 세대를 가로지르는 문화 아이콘의 마지막 막이라는 점에서 그의 팬들과 영화·음악·연예계를 지나,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긴다.
‘록키 호러 픽처 쇼’의 드 프랭큰 퍼터(Dr. Frank-N-Furter)로 살아 숨 쉰 팀 커리는, 늘 스포트라이트 아래 미묘한 미소를 짓던 남자였다. 그의 등장은 언제나 극장조명처럼 불완전하게 깜빡이다가, 이내 어둠을 뚫는 번개마냥 강렬했다. 고전적이면서도 시대를 앞서는 파격과 익살, 파괴와 관능 사이에 그은 절묘한 경계 위에서, 팀 커리는 반역의 아이콘과도 같았다. ‘록키 호러 픽처 쇼’는 단지 영화가 아니라, 자신을 과감히 해방시킨 자들만이 즐거운 두려움 속으로 뛰어드는 일종의 제의… 커리는 그 제의를 인도하던 사제였다.
팀 커리의 카리스마는 필름 밖에서도 짙게 스며든다. ‘록키 호러 픽처 쇼’를 처음 본 1970년대 젊은이들과, 80·90년대 공포와 뮤지컬의 경계를 탐닉한 세대,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퀴어’라는 이름이 새로워진 이들에게까지, 커리는 늘 시공간의 모서리를 조용히 비틀며, 관습과 패러다임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그가 던진 파격의 고백은 따지고 보면 단순한 코스튬이나 농담의 세계가 아니다. 빛나는 무대 조각들을 묶어, 스스로의 주체성과 존재의식에 대한 격렬한 선언이었다.
팀 커리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면 한 편의 강렬한 컬러팔레트가 펼쳐진다. ‘IT’의 광기 어린 페니와이즈, ‘클루’ 속 탐탁지 않은 웃음, ‘레전드’의 불길을 걷는 악마까지. 그 어떤 존재로 분장하든, 그는 한순간도 똑같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어린 날의 불완전한 욕망과 환상을 품은 소년들에게, 커리는 물끄러미 이방인의 웃음을 띤 채 손을 내밀어주었다. 영화 속 짙은 아이라인과 투명한 눈동자가 그려냈던 건, 인생이란 불안한 축제라는 감각, 그리고 누구에게나 허락된 해방의 찰나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종료가 아니다. 애도와 기념, 그리고 각자의 기억 속에서 반복되는 무대 효과음처럼 남는다. 수많은 팬들이 ‘Don’t dream it, be it!’(꿈꾸는 대로, 그저 되어라)라는 프랭큰 퍼터의 대사를 떠올리며, 지난 시간들을 하나 둘 떠올릴 것이다. 트랜스젠더, LGBTQ, 소수자 등 다양한 성적·사회적 경계에 서 있는 이들에게, 커리의 존재는 말로 다할 수 없는 힘이자 위로였다.
커리를 기억하는 방식은 무수히 다르다. 밤새 영화관을 뒤집는 관객 참여식 상영의 축제, 웃음과 환호가 가득한 엔딩 크레딧, 혹은 평온한 방 안에서 오래된 LP의 스크래치 소리와 함께 듣는 ‘Time Warp’의 리듬. 그의 사망 소식이 퍼져나가는 지금,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시간 여행을 한다. 그가 미소 짓던, 사회적 규범을 거침없이 비틀던 그 기이한 열정의 밤으로 돌아간다.
그의 마지막 무대에서 팬들은 침묵과 환호,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맛본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이별은 없지만, 팀 커리가 남긴 유산은 각기 다른 얼굴, 다른 의미, 그리고 각자의 삶에 닿는 파문으로 남으리라. 그는 자신의 존재로부터 늘 한 박자 앞서 달렸고, 파격의 끝에서 언제나 따스한 위로의 손길을 잃지 않았다. 그의 사망에서 얻는 메시지와 방향 역시 자명하다. ‘꿈꾸는 대로, 그저 되어라’— 우리는 다시 한 번,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춤 춰야 한다.
끝내 사라져버리는 조명 사이로, 수많은 관객과 동료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 모두 팀 커리의 시간여행에 잠시 동행했던 관객이었다는 걸, 오늘 밤만큼은 담담하게 떠올려보고 싶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