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각자의 빛으로 피어나길 — 국립부경대 지원 프로그램 현장을 다녀와서

박지영 씨는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몽골 출신 어머니다. 낯선 땅, 부산의 바닷바람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아들이 한국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모든 걱정마저 삼키기로 결심했다. 지난주, 그녀는 국립부경대학교가 주최한 다문화 가족 지원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매주 열리는 건강검진, 한국어 가족교실, 부모-자녀 놀이상담 등은 그녀에게 삶의 작은 안도감이 됐다. “아이 키우기 이렇게 힘든 줄 몰랐는데, 여기 오니까 혼자가 아닌 것 같아 덜 외로워요.”

현장은 복잡했다. 몽골,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국적도 다양한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프로그램을 들었다. 아이들은 또래들과 손잡고 교실을 오가고, 부모들은 초조한 얼굴로 강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상담사를 따라 놀이치료 방에 들어가니, 아이가 잠깐 울음을 터뜨리기도. 낯섦과 방황, 기대와 희망이 공존하는 그 공간—이 모든 풍경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다문화 육아의 오늘이다.

부경대학교가 올해 선보인 이 프로그램에는 의미가 깊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전체의 다문화가정 학생은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다. 교육 격차와 의료 사각지대, 엄마 아빠의 언어 장벽, 이웃과의 소외… 매 순간 해결해야 할 현실 문제다. 많은 대학들이 학술연구에만 머무르던 때, 부경대는 지역 다문화가정과 직접 손잡았다. 교내 간호학과·아동학과·상담심리학과가 팀을 이뤄 각기 다른 가족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아동 발달 진단, 신체 성장 점검, 한국 생활 적응 교육, 심리적 정서 지원까지—그 깊이가 남다르다.

과연 한 번의 프로젝트로 이 모든 고민이 풀릴까? 다른 지역 현장 전문가들은 “대학의 개입은 환영이지만,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OECD 기준,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교 적응도와 건강지표는 비(非)다문화 아동과 아직까지 뚜렷한 격차를 보인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진료 접근성이나 지역 커뮤니티의 받아들임이 여전히 크나큰 숙제다. 전문가들은 보다 꾸준한 공공투자와 지역사회 파트너십, 정책적 뒷받침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가족들은 선생님 이름 정도라도 외우고, 주말마다 커피 한 잔 할 친구를 찾는 것, 아이와의 놀이법을 배우는 것 등, 소소한 변화에 눈을 반짝인다. 섬세한 다문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지영 씨처럼 새롭게 한국 땅을 밟은 이방인 엄마들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불안함에 늘 시달린다. 엄마의 건강이 아이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부모 상담과 아동 검진을 결합한 부경대식 모델은 분명 소중한 시도다. ‘사람’이 먼저인 접근—이 부분이 우리 복지체계에 던지는 메시지도 크다.

취재 중 만난 부경대 사회복지학과 조은진 교수는 “엄마들의 언어 부담, 지역 정체성 혼란, 개인적 외로움까지 다문화 가족을 감싸는 그늘이 크다”며 “단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따로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발적 퍼포먼스를 넘어 실제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 길—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고민을 멈출 수 없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격려의 손길, 딸아이에게 불러주는 한국 동요 한 소절, 먼 나라에서 온 부모가 처음 마주친 이웃의 미소—그 하나하나는 결국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비춘다. 다문화 아이가 ‘소수자’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바로 이 시대 육아의 본질이다.

지역 대학의 실험은 아직 시작일지도 모른다. 부경대 사례가 정책적 마중물이 되어, 전국 곳곳에서 다문화 가족이 각자의 얼굴로 피어나길 바란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의 아이를 모두가 키우는’ 사회라면, 그 속의 박지영 씨,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언젠가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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