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 강남 한복판에 깃든 이탈리아의 미식 세계

이탈리아의 햇살과 강남의 밤이 만나는 곳, 바로 현대그린푸드가 선보인 이탈리(Eataly) 매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현대그린푸드는 서울 강남 한복판, 도시의 분주함이 오롯이 배어드는 곳에 이탈리아 식문화 공간 ‘이탈리’ 매장을 지난주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흑백 사진으로만 남아있던 이탈리아 시장 골목의 감성이 이제 손닿을 듯 가까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나른한 오후, 하얀 테이블보가 드리워진 공간에서 향긋하게 퍼지는 치즈와 올리브유, 그리고 진득한 소스를 머금은 파스타 한 접시. 이곳에서는 음식이 단순히 접시 위의 미학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하나의 기억으로 스며든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공간. 자연광이 스미듯 들어와 카페테리아의 어깨와 머리 위를 감싼다. 오픈 키친 특유의 긴장감과 여유로움, 쉐프의 칼끝에서 간간이 튀어나오는 타국의 언어. 강남이라는 장소에서 이탈리(Eataly)는 그 어떤 타협도 없이 이탈리아 전통의 깊이를 오롯이 재현한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현대그린푸드가 ‘이탈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것은 단순히 미식 트렌드에 편승한 것만은 아니다.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한 ‘이탈리’는 이미 글로벌 미식 마니아들에게는 익숙한 식문화 체인이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 그 이름을 남겼고, 이제 서울 강남까지 그 바람이 도달했다. 이탈리안 현지인 셰프와 바리스타가 직접 주재하면서, 단순히 음식의 맛만이 아닌 문화와 일상의 태도, 그리고 가벼운 농담까지 번역 없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바질 향이 스며든 피자와 산도 높은 에스프레소, 가게 안을 휘감는 토마토의 기분 좋은 시산(時酸)함, 그리고 이 수많은 풍경에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피에몬테 와인 한 잔. 식재료 또한 현지 직수입과 국내 소규모 생산자의 협업을 통해 신선도가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음식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경험되는 기억이라 믿는다. 이탈리는 도시의 빽빽한 회색 풍경을 가로지르며, 우리가 일상에서 잠깐 잊었던 ‘여유’라는 가치와 ‘다름’에 대한 호기심을 되살려준다. 공간은 현지 이탈리아 시장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세세하게 디자인됐고, 문을 열면 마치 짧은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이 스며든다. 한 켠에서는 각종 파니니와 리조또를 위한 즉석 코너가 바쁘게 손님을 맞이하고, 담백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매장 한쪽에는 오랜 시간 숙성된 치즈와 프로슈토가 유리 진열장 안에서 은은하게 웃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짧은 식사와 달콤한 티타임을, 저녁엔 친구 또는 애인과의 가벼운 한 끼가 이어진다. 바깥의 소음은 이곳에 들어서면 짧게 잊혀지고, 입안에 남는 풍미와 대화가 이탈리아 어느 골목의 저녁을 닮아간다.

‘이탈리’ 매장의 등장은 최근 몇 년간 한국 미식계의 흐름, 즉 ‘경험으로서의 외식’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음식은 단지 먹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젊은 세대와 도심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만든 결과다. 이미 전국적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테라스 카페, 세계 미식 페스티벌 등은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되었지만, 강남 이탈리는 공간, 메뉴, 서비스까지 ‘진짜’ 이탈리아를 만나는 완성도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또렷하다.

특히 현대그린푸드가 내세운 ‘컬리너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콘셉트, 마치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처럼 다양한 이탈리아 브랜드와 협업해 식재료, 주방도구, 와인, 디저트 소품까지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는 경험으로 구성했다. 매장 곳곳에는 여행을 추억하는 사진, 이탈리아 현지인의 추천 메뉴,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미각 체험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다. 외식 이상의 경험, 즉 공간에 담긴 기억과 감정의 켜를 이루겠다는 시도다. 글로벌 미식 시장의 변화를 좇는 여러 관계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탈리의 도전을 주목한다. 그저 먹는 이국 음식이 아니라, 낯선 감각과 일상의 여유, 그리고 이야기로서의 음식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묻고 있다.

강남 한복판, 무심히 지나가던 거리에서 만나는 이국의 정취. 도시의 급박한 흐름에 잠시 멈춰 느림과 여유, 그리고 타인의 미각과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이 더해진다. 한 접시의 파스타에 담긴 정성 어린 손길, 바에서 퍼지는 와인의 은은함, 잘게 썰린 프로슈토와 올리브의 짭짤함. 이 모든 조각들을 통해 현대인들은 잠깐의 여행과 사색, 그리고 따뜻한 대화를 경험한다. 앞으로도 도시 속 한가운데에서 이런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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