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사람을 중심으로 연결하다: 대웅제약 12개사 연합의 의미
서울 은평구의 한 작은 가정집에서 김현진(58) 씨는 인공지능 기반 건강관리 앱을 켠다. 매일 아침, AI는 그의 전날 컨디션 변화와 습관을 파악해 오늘 운동량과 식단을 안내한다. 김 씨는 지난해 뇌졸중 이후 재활치료에 AI가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몸소 경험했다. 누군가에게는 첨단기술의 발전이 막연한 미래였겠지만, 현진 씨와 같은 이들에게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상이 되었고,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2026년 8월, 대웅제약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12개 기업 연합을 확대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는 약이 아닌 ‘AI’, ‘로봇’,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첨단 기술까지 건강 관리의 주요 도구가 된 시대다. 대웅제약이 이끄는 연합에는 디지털 치료제, 건강관리 플랫폼, 의료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신생기업에서부터 글로벌 IT플레이어까지 참여한다. 이들의 협력은 한 의료기관에 그치는 서비스가 아니라 생활, 복지, 사회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장은 단순한 기술 진보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 각각의 필요와 삶의 질을 고려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라는 담대한 목표를 품는다. 실제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시민들은 그동안 정기병원 진료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AI기반 증상 예측, 로봇재활, 개인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며 ‘상시관리’와 ‘예방중심’의 인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수원에 사는 이정란(67) 씨는 “매번 병원신세만 졌는데 요즘엔 웨어러블 기기로 매일 혈압과 혈당 관리하면서 훨씬 안심된다”고 말했다. 선진국보다 뒤처진 ‘의료 사각지대’가 IT로 서서히 좁혀지고 있다는 건 뉴스룸 취재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시민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새 흐름에는 우려도 따라붙는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의료데이터 남용, 기계 중심 의료화로 인한 인간성 상실, 고비용 구조 등 비판적 시선도 여전하다. 어느동네의 청년 노재형(33)은 “병원갈 돈 아끼려고 헬스케어 앱 쓴 적 많은데, 데이터가 안전한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라며 불안 뜻을 내비쳤다.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만, 아직은 법제도·윤리적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 실제 중국, 미국 등지에서 AI 의료기기의 오진사례나 원본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빈번하다. 대웅제약 역시 ‘기술+제약’ 융합사업자로서 책임감 있는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 경험, 취재현장, 전문가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12개사 연합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분야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의약품에만 집중한 종전의 제약사가 이젠 의료기기 기업, 데이터 솔루션 기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등과 손을 잡는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에 대한 현실적 해법은 협업에 있다. 둘째, AI 기반의 건강 예측 및 사전 차단 모델을 공동개발하여, ‘선제적 치료—예방 중심—일상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에 힘을 더한다. 셋째, 스마트병원, 웨어러블 가전 등 실제 소비자의 생활에 파고드는 다양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간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공유하는 시스템 조성 문제도 이 연합이 풀어야 할 숙제다.
연합의 확장은 단순한 제약사를 뛰어넘어 디지털 사회복지로 이어진다. 경기도 오산의 요양기관에서는 AI모니터링을 통해 치매 초기 노인 50여 명의 복약과 식사 습관, 낙상 위험을 관리한다. 담당 간호사 이진숙 씨는 “기계에 사람을 맡긴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직접 결과를 보면 오히려 환자 한 명 한 명이 더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의 손길을 더 세심하게 불어넣어주는 중이다. 한쪽에선 병원 인력 부족의 대안으로, 다른 쪽에선 환자의 삶의 여백을 채우는 힘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의 속도에 비해 제도와 사회적 논의가 느리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의료정보 보호법, 보건의료 AI 윤리 가이드라인, 디지털기기 보험 인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기술’을 앞세울 때 소외될 수밖에 없는 노년층과 소아,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 보장이 절실하다. 정부와 산업계, 현장 의료진, 환자단체가 모두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기술 중심의 화려한 기사 제목보다, 현장에선 ‘나’와 ‘가족’의 삶이 얼마나 편안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변화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함께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일 것이다. 기술과 데이터, 약과 인공지능이 모두 연결된 이 시대에 진짜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의 이야기와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다. 12개사 연합의 발표가 자칫 쇼케이스 혹은 기업 간 파워게임이 아닌, 실제 시민 개개인의 더 나은 건강과 복지로 이어져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의 노력과, 기술의 따뜻한 온기가 사회 각곳에 닿길 바란다. 변화의 주인공은 결코 기술이 아닌, 현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임을 잊지 않겠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