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대응 ‘전쟁 선포’…구호 뒤의 현실과 내막

현 정부가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 기조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강력범죄에 전쟁을 선포한다’고 공식 천명했으며, 특히 ‘관계성 범죄’(가족·지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피해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의욕 표명에 그치지 않는다. 뒤따라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 전반에서 새로운 ‘치안 전략’ 도입과 관계 법령의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강력범죄는 그 자체로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통계적으로도 최근 몇 년간 중대 강력범죄(살인, 성폭력, 중상해 등)의 재발률과 친밀성 범죄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드러난다. 언론계 및 법조계에서는 이번 ‘전쟁 선포’가 1차적으론 정치적 선전 효과를 노린 메시지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실질적 현실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국면임을 인정한다. 특히 가해자-피해자 간 관계가 명확한 ‘관계성 범죄’의 경우, 수사기관–법원 단계에서 피해자 중심 보호조치 도입과 사전 위험평가 체계 강화 요구가 이미 수년간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이번 선포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 미흡’을 이례적으로 꼬집은 배경에는 최근 상습 가정폭력·스토킹 연쇄 피해 사건들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 그리고 체계 내 구조적 무관심에 대한 시민 불신이 자리한다. 2024년 이후 스토킹·데이트폭력 관련 강력범죄가 늘어나면서, 1차 신고 이후 ‘관계 지속’ 또는 ‘심리적 압력’ 등으로 충분한 보호조치가 이행되지 못해 2차 피해가 연달아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전문가 집단은 신상정보 공개, 전자장치 부착, 접근금지 조치, 피해자 임시보호시설 입주 등 ‘현재 제도’가 있더라도 현실적인 실행이 미흡한 데에 원인이 있음을 지적한다. 실예로, 스토킹범에게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실행·감시 인력이 부족해 무력화되는 일이 빈번하다. 정부의 ‘강력대응’ 선언이 형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러한 현장 룰의 취약점에 대한 실질적 대안과 예산·인력 확충이 병행돼야만 한다.

치안 정책 변화의 과거 패턴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2010년대 초 드러난 연쇄 강력범죄 사건과 2020년대 초 데이트폭력 이슈 역시 ‘근절’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구호 속에서도 현장 정책은 지지부진했다.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 내에서는 피해자 보호 기구, 사법·수사기관 내 젠더 감수성, 현장 경찰 인력의 전문성 부족, 그리고 신고-조치-보호 체계 간의 구조적 단절이 반복되어왔다. 최근 법원 판결에서 조차 사적인 친밀관계를 이유로 가해자의 행위가 경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내부적 느슨함이 사회적 신뢰 붕괴를 부추기며, 형법·특별법 등 제도 개선에도 ‘실효성 없는 법 조항’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이번 대통령 발언이 실제 변화를 이끌 관건은 ‘실질적 실행력’이다. 경찰과 검찰, 법원이 관성에 젖어 수사·기소·판결 프로세스를 반복한다면, 그리고 사법부 간에 책임 미루기가 이어진다면 현장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 역시 제도 밖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세운 ‘피해자 보호 실효 조치’ 도입이, 실제로 2차 피해 차단 및 사후관리 강화로 이어지는지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거대 담론 아래에 실질적 피해자 생명·신체의 자유, 사회적 약자 보호 의지가 얼만큼 구체화될 수 있을지 사회 전반의 공론화가 절실하다.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공론장에서는 ‘인권 보호’와 ‘공권력 강화’ 사이 균형 논리부터, 법집행에 있어 과잉 대응 문제가 함께 불거진다. 스토킹범죄·가정폭력범죄의 경우, 피해 신고–초동조치–2차 피해 예방까지 하나의 끊김없는 안전망 필요성이 시대 요구가 되고 있다. 단순히 ‘더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실질적 현장 집행과 감시–점검체계를 복합적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민관학 협력, 피해자 전담 보호관 신설, 다차원적 위험평가, 그리고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선진국형 정책 강화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뒷북식 엄벌주의나 포퓰리즘적 언사에 머무르는 방식이 아니다. 구호 뒤편에 자리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다층적으로 점검하고 연쇄적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 ‘생활 안전망’ 구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 내부고발자, 시민사회, 각 영역 전문가 집단이 긴밀하게 연결될 때, 진짜 변화의 문턱에 다가설 수 있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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