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자녀의 치열, ‘과잉치’ 발치가 주는 가족의 선택과 고민
지난 5월 어느 저녁, 서울의 한 치과 진료실 대기석에서 만난 한 가족. 초등학생 아들을 둔 김소영 씨(37)는 2년 전부터 아들의 치아 교정을 고민해 왔다. 최근 상담 중 의사로부터 ‘과잉치’ 가능성을 듣고 부랴부랴 검사를 맡겼다. 검사 결과, 상악 앞니 뒤에 보이지 않던 과잉치가 숨어 있다는 진단이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빼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분은 끝까지 두고 보자고 하니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김 씨의 경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부모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육아의 단면이다.
한국소아치과학회에 따르면 과잉치는 전체 소아의 2~3%에서 관찰된다. 과잉치는 유전적 원인이나 성장기 발달 이상으로 치아 수가 정상보다 많은 경우를 말한다. 겉에서 쉽게 보이지 않아 영구치가 삐뚤게 나기 전까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아주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권오형 교수는 “과잉치의 상당수는 방사선 사진으로 우연히 발견되고, 성장기 아이들에겐 치열과 얼굴뼈의 모양, 삶의 질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덧니, 치열불균형, 영구치 맹출 지연 등 여러 문제의 원인이 되기에 최근엔 적극 발치를 권하는 전문의가 늘었다.
이 과정은 단지 의학적 결정을 넘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정서적 부담이 될 때가 많다. 부모는 누군가 자신의 선택이 아이의 평생 치아 건강을 좌우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없이 무거워진다. 아이는 처음 접하는 병원을 두려워하고, 아플까봐 울음을 터뜨리기도 쉽다. 진료실 추억이 상처로 남기 십상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7살과 10살 남매를 키우는 박미정(41) 씨는 “발치가 필수라고 해도 내 손으로 자녀를 수술대에 올리는 마음이 편할 리 없죠. 그간 ‘자연주의 육아’라며 되도록 침습을 피했는데, 발치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를 듣고는 며칠 밤을 뒤척였다”고 속내를 전했다.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일부 병원은 겨우 6, 7세의 아이에게도 마취 후 즉시 과잉치 발치를 권하지만, 미국소아치과학회나 유럽치과지침에서는 무조건 발치 대신, 과잉치 위치·크기·유치와 영구치 관계 등을 면밀하게 본 뒤 ‘지켜보기’와 ‘즉시 발치’ 중 신중히 결정하라고 권한다. 극단적인 외과적 개입보다는, 각각의 아동마다 다른 상황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접근이 옳다는 것이다. 치아의 건강이 단지 물리적인 배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경험’ 그 자체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소아치과 현장 교사들은 강조한다.
치의학계는 최근 들어 영구치 자리까지 밀고 들어오는 과잉치가 치조골 발육과 치열의 전체 설계도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과잉치의 성장은 남몰래 주변의 영구치의 길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어긋남, 충치, 심하면 영구치 발육불량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과감한 조기 발치가 오히려 평생 보장된 치열 건강의 중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다 뽑는다’는 접근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일부 과잉치는 자연흡수 또는 다른 기능적 역할로 남기도 해 장기 관찰이 좋은 결과를 낳은 사례도 있다. 실제 최근 유럽 치의학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꼭 발치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감시하에 치아 배열을 예측하고 성장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반영되고 있다.
의료진과 보호자간 소통 역시 매우 중요해졌다. 아이의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필요 없는 시술까지도 일시적인 불안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전문의는 치료의 장단점, 예후, 심리적 충격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발치 환아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한소아치과학회 설문조사에서도 “치의의 설명과 준비 과정에서 아이가 덜 무서워 했고, 수술 후 정서 회복이 빨랐다”는 답변이 많았다. 단지 진료실 의사의 결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부모와 소아가 자신의 선택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병원의 역할이 부각된다. 실제로 “치과 치료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평생 가기 쉽다. 아이가 진료실에서 느낄 감정, 보호자가 떠안을 심리적 부담에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는 치과심리상담 전문가의 말은 이 논란의 본질을 다시 상기시킨다.
오늘도 어린이 환자와 부모는 ‘과잉치 발치’라는 선택 앞에서 많은 걱정의 밤을 보낸다. 누군가는 발치 후 또릿하게 웃는 아이의 치열 바로잡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또 누군가는 마취와 수술에서 얼떨떨했던 감정의 여운을 오랫동안 안고 살아간다. 무수히 다른 가족마다 자기만의 ‘최선’을 찾느라 고민한다. 치과 진료가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금 깊이 새겨야 할 순간이다. 우리 아이가 경험하게 될 치료 과정이 단순한 의학적 처치가 아닌, 한 가족의 기억과 삶에 남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치과 치료에서 아이와 부모가 감정적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가이드라인이 더 명확히 안내되어야 하며, 치료 결정 과정에 있어 보호자의 선택권과 아이의 심적 안정성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