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부재를 넘어 창문을 연 사람, 김찬삼 100주년 포럼의 의미

여행은 항상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었다. 때로는 누군가의 오래된 앨범을 넘기듯, 또 어떤 날은 창문을 활짝 열어 낯선 세계의 공기를 맡아보는 일과 닮아 있다. 2026년 5월, “해외여행 막혔던 시대, 그가 ‘창문’이었다…김찬삼 100주년 포럼 개최”라는 소식은 우리에게 여행이 단절됐던 시절,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 창구였는지를 새삼 일깨운다. 그는 길이 막혀 마주할 수 없었던 세계를, 온전히 자신의 경험과 언어로 우리 앞에 펼쳐냈다.

한국인들에게 해외여행이라는 말조차 희귀하던 지난 세월, 김찬삼은 여행가이자 기록자였다. 20세기 중반, 세계 여행이 사치나 허영처럼 여겨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미지의 땅, 닫힌 국경 너머의 사람들을 보고, 듣고, 기록했다. 경계가 두터웠던 시절 그의 여행기는 곧 현장감 넘치는 만남이었고, 그의 사진 한 장에는 시대의 숨결이 눅진하게 담겼다. 포럼 현장에 가득한 오래된 지도, 푸른 남태평양이나 끝없는 초원의 슬라이드, 그리고 빈티지한 수첩들. 하나하나가 낯섦에 대한 호기심과 기쁨으로 빛난다. 김찬삼이라는 이름 앞에 ‘창문’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유다.

최근 수년간 또 한 번의 ‘닫힌 국경’을 경험한 우리는, 코로나라는 위기가 남긴 깊은 공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 시기, 사람들은 바람 대신 디지털 화면으로만 세계를 만났고, 실제 여행자가 담아낸 이야기에 더욱 목말라 했다. 그러니 김찬삼 같은 존재가 남긴 기록의 가치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김찬삼 100주년 포럼은 그가 열어줬던 창문을 다시 한 번 조용히 열어 본다. 그 안엔 낡은 여권, 지구본, 그리고 길 위에서 흘러들었던 작은 이야기들… 그 하나하나가 과거 단절의 시간을 견디게 한 숨결이다.

포럼에서는 다양한 탐험가와 학자, 후학들이 참석해 김찬삼의 기록 정신을 조명했다. 그가 남긴 수천 장의 필름–거친 그레인이 살아 숨 쉬는 필름사진, 그날의 빛이 고스란히 가라앉은 노트, 현장을 묘사했던 생생한 말투–를 통해 참가자들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그의 감각을 잠시 빌려 세계를 바라보았다. 장대한 풍경 앞에서 그는 늘 어린아이처럼 설렜다. 그 감정이, 이 포럼장 한켠에 쌓여 있는 먼지 낀 노트 한 권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철 지난 여행가의 추억이 아니라, 내가 막 도착한 역에서 두근거리며 창밖을 보는 느낌. 수십 년 전 그가 건네준 호기심과 용기는 세대와 시절을 뛰어넘었다. 직접 그 길을 걷지 못한 이들에게 그의 기록은 쉼 없이 이어지는 리본이었다. 전지구적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 김찬삼은 질문하고 대답하며, 지리와 문화를 넘어서는 시선을 남겼다. 그는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나가도 된다는’ 손짓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여행은 우리에게 하루의 피로와 일상의 반복을 털어내는 출구다. 누군가의 경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 인물의 생애는 그저 과거가 아니다. 과거 여행자의 시선을 다시 한 번 따라 걷는 것, 길을 열고 대화를 잇는 것, 그것이 곧 우리의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된다. 김찬삼 100주년 포럼을 경험한 이들은, 오늘의 작은 공간에서 머물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또 다른 창문’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세월이 흘러도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절을 넘어 이어지는 이 창문들, 그 끝에 가 닿았을 때,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색깔의 바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길이 멈췄던 시대, 창문이 되어준 사람. 지금, 그의 흔적을 다시 더듬으며, 여행이란 그 자체가 삶이라는 오래된 진실을 조곤조곤 되새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해외여행의 부재를 넘어 창문을 연 사람, 김찬삼 100주년 포럼의 의미”에 대한 7개의 생각

  • 그냥 부럽다~ 내 삶엔 저런 모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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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cupiditate

    세계여행의 창문… 다음 포럼에선 VR 여행이나 다뤄주시죠~ 역시 미래는 메타버스?! 시대별 아날로그와 디지털 융합되면 김찬삼도 깜짝 놀라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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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요즘은 비행기 타는 것조차 스트레스인데~ 김찬삼 시대엔 진짜 모험이었겠죠. 근데 감성만으론 못가는 현실…여행자 보험 값도 상상초월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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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한 번 못 해본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기록은 언젠가 모두의 몫이 되어야죠. 다만 일상과 동떨어진 감성 팔이만은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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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ㄹㅇ 요즘은 여행=핸드폰;; 그땐 대단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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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국에 과거 여행가의 포럼이라…뭔가 낭만팔이 느낌 나긴 하지만, 실제론 기록의 힘이 슬며시 다가오네. 🤔 경험을 남기는 일이 왜 중요한지 새삼 고민하게 됨. 여행 못 간건 여전한데 마음만은 잠깐 움직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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