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여당의 당권 주자들
여당 내 당권 주자들의 전략이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 국면에서 주요 후보군들은 강성 지지층을 노골적으로 의식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공개 토론에서 타협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당내 중도 세력 및 무당층의 확장보다는 ‘핵심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국면에서, 여당 내 주자들의 메시지도 이전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급진적으로 변모했다. 정치적 실익을 추구한다는 현실론이 작동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국정 동력 확보보다는 당내 안전지대 공고화라는 목적이 더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주 이어진 연속토론회에서 유력 후보들은 정부 정책과 당론에 더해, 자신만의 ‘색깔’을 부각했다. 특정 공약은 강경파 담론에만 기초한 것들도 다수였다. 예를 들어, 대북정책이나 검찰·사법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기존 당론보다 강경한 태도를 노출했다. 이는 지지층의 직접적 요구와 여론조사상 강성층 비율에 크게 의존하는 흐름이다. 원래 당권 경쟁은 당의 미래와 확장성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이제는 일부 후보가 공개적으로 ‘타 집단 배제’ 혹은 ‘기득권 옹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당원 구조를 보면, 신규 유입은 제한적이고 강경 고정지지층의 비율만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당 대표 경선의 저변이 좁아지면서 ‘외연 확대’ 대신 ‘내부 결집’이 전략적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 지형상 강경 세력이 정책 의제와 정당 노선 설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예견된 흐름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고강도 이슈몰이는 위험하다. 외신 및 국내 타 매체 분석에 따르면, ‘강성 의존 모드’는 최근 유럽·미국 보수정당 내 분열 상황과 유사하다. 장기적으로 당의 유권자 기반을 축소하고, 사회적 다원화 요구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특정 소수 지지층 지향적 전략이 의회 의석 수 확보에는 단기적으로 도움될 수 있으나, 대통령 지지도나 경제 신뢰 회복 등 전방위 국정운영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중도층 반감을 불러일으켜 정책 추진 동력을 스스로 잃을 수도 있다.
기존 정치권의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야당 역시 양극단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여당은 집권 세력으로서 한 단계 높은 정치적 책임성을 요구받는다. 강성, 열성 지지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거버넌스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게 각계의 경고다. 최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론조사 추이라는 점 역시 자리 이동 없는 내부 출혈성 경쟁의 함정을 잘 보여준다. 당장 이슈 선점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당의 브랜드 가치 및 국민 신뢰에는 해가 될 공산이 크다.
정치의 본질은 설득과 통합, 그리고 다양성 수용에 있다. 주요 후보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에 집착하기보다, 실제 민심과 사회적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당권 경쟁이 강성 지지층의 ‘실력 행사’ 무대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정책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의 전략은 단기적 이득엔 유효할 수 있으나, 장기적 성장엔 분명 한계가 있다. 여당 지도부, 후보들은 넓은 시야로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현 정치 환경에서 오히려 실사구시와 중도 노선이 필요한 시점임을 묻고 싶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