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복날 개고기의 종말…5천년 식문화 막 내리다

올해 복날 풍경은 이례적으로 차분하다. 그 배경엔 대한민국 식문화에서 오랜 논란의 중심이었던 ‘개고기’ 문화의 종언 선언이 있다. 2026년, 복날을 맞아도 어김없이 시장 좌판에 펼쳐졌던 개고기 국밥집은 사라지고, SNS에도 ‘보신탕’ 해시태그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세대 동안 논쟁이 이어졌던 동물복지·세계 트렌드·세대 교체가 결국 한국 식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개고기는 ‘복날 보양식’이란 타이틀 아래, 각종 문화적 상징과 전통적 관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식탁 위의 강아지는 애완동물과 인간의 동반자라는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 복날 특수에 기대오던 개고기 식당은 전통시장 내 자리를 양보한 지 오래고, 국내 대형 유통채널·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에서도 관련 제품을 공식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는 법제화와 사회적 감수성의 동시 변화에서 나온 전환점이다.

2026년 현재, ‘개고기 금지’는 단순 사회 통념이 아닌 공식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개고기 유통 및 판매가 전면 중단됐고, 이러한 변화는 이미 수년간 꾸준히 이어진 시민단체 활동,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동물권 운동, 글로벌 트렌드와 연동된다. 주요 이슈는 비단 동물권 담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짜 전통이란 무엇인가’, ‘식문화의 글로벌 표준이 지역 정체성을 누를 수 있는가’ 등, 우리 사회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소고기·닭고기 등 보양식의 다양화까지 폭넓은 담론을 촉발하고 있다.

세련된 취식 문화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변곡점이 곳곳에 존재한다. 2020년대 초, 이태원·성수동·광화문 등 라이프스타일 최전선의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이미 한 발 앞서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며, 보양 개념조차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올해 복날, 트렌드를 선도하는 식음료 업계와 SNS 인플루언서는 ‘비건 치킨’, ‘대체육 삼계탕’, ‘프리미엄 한우 오마카세’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비단 식재료만이 아니라, 먹는 태도와 문화를 중시하는 뉴 라이프스타일 소비층의 영향력이다.

복날이 ‘보양과 건강’의 의식이었음에도, 실제 소비자 심리에서는 ‘공감과 윤리’가 점점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게 됐다. 개고기 종식 현상은 단순한 음식 메뉴의 선택을 넘어서 자기표현의 수단, 개인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심리적 행위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촉진하는 건 ‘입맛의 세계화’다. 개고기 이슈는 국제사회 시선에서 ‘글로벌 시민성 시험대’로 반복 노출됐고, 특히 한류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외 식문화 시선의 온도차도 줄어들었다. 동물복지 규범, 더 나아가 식품의 윤리·안전·지속가능성이 핵심 가치로 부상한다.

실제로 업계 변화는 놀랍도록 빠르다. 2024~2025년 사이 전국 주요 재래시장에 남아 있던 마지막 개고기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도시형 마켓은 물론, 로컬 보양식 전문점마저도 보양을 ‘채식·친환경·특화 메뉴’로 리브랜딩하고 있다. 개고기 식용이 사회적으로 금기화되는 만큼, 세대를 걸친 트렌드 주도권이 명확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개고기 종식 앞에는 ‘MZ’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태도 변화, 글로벌 캠페인의 지속적 압박, 그리고 본질적으로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유대’라는 사회적 흐름이 굳건히 자리한다. 식문화 변화는 결국 소비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일방적 진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60대 이상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통의 상실’, ‘폭 넓은 선택권 침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현재 트렌드는 ‘함께 사는 가치’, ‘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옅어지는 감각’을 소비자의 자아표현과 연동시킨다. “먹지 않는 용기도, 먹는 태도 못잖게 아름답다”라는 신념이 비건 바·채식 한정식당, SNS 먹방에 적극적으로 공유된다.

개고기 종식이 가져온 라이프스타일의 재정의는 우리 식탁을 ‘정의롭다’ 혹은 ‘글로벌하다’는 단순함에 가두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현대적 미각과 소비 윤리, 즉 감각적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복날을 맞아 펼쳐진 벅찬 변화의 풍경, 그 한복판에서 자기 색깔을 가진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진정한 복날의 보양은, 건강한 음식과 함께 사는 이들의 가치를 사랑하는 태도,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활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2026년, 복날 식탁이 상상하는 미래는 단순한 전통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감각의 발견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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