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이효석문학상에 박솔뫼 작가 ‘사과’, 현대 소설에 던지는 사려 깊은 질문

박솔뫼 작가가 소설 ‘사과’로 제27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효석문학상은 한국 문학의 근대성 회복과 창의적 상상력의 확장을 목표로 1999년 제정된 상이다. 올해 27회를 맞으며 시대정신과 문학성, 사회의식이라는 세 요소 사이의 미묘한 내적 균형이 더 치열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사과’의 선정은 동시대 한국문학을 관통하는 고민의 결과물로 읽힌다.

‘사과’의 핵심은 한 개인의 감정적 진동에서 출발하나, 작품이 확장되는 궤적은 사회적 맥락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박솔뫼는 여러 평론가들로부터 미시적 일상의 디테일을 포착하는 동시에, 그 미시를 관통해가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정서와 구조적 충돌을 담아내는 작가로 평가되어 왔다. 이번 수상작 ‘사과’ 역시 이러한 평가를 실질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작품에서 ‘사과’는 단순한 사건의 사과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 존재의 불안, 그리고 현대사회에서의 분열된 자아를 은유하는 상징적 장치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파고와, 그것을 둘러싼 외부 세계의 흐름이 겹겹이 쌓여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박솔뫼가 ‘일상의 파편’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응시하는 방식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복잡해진 현대인의 감정 구조와 응집되지 않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현실적 문제의식과도 맞닿는다.

이효석문학상의 역대 명단을 살펴보면 시대의 요구에 다소 보수적으로 반응해온 경향이 있었지만, 2020년대에 들어 새로운 이름들이 연이어 선정되며 ‘한국소설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솔뫼의 수상은 전통적인 감성, 서사 중심의 문학에서 벗어나, 미묘한 관계의 틈과 개인의 정서적 파열에 집중한 새로운 서사의 부상을 반증한다. 최근 몇 년간 문학계에서는 젠더, 노동, 환경 등의 이슈가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 ‘사과’는 표면적으로 이들 쟁점에서 한 발짝 비껴서 있다. 하지만 박솔뫼의 전작들과 이번 작품 모두 변화무쌍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의 ‘연결’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적 의미를 지닌다. 현재 한국 문학이 추구하는 자기갱신의 목적과 치열하게 조응한다.

이번 선정과정에서 ‘사과’의 미학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적 함의가 중요하게 평가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심사위원들은 인간관계의 미묘한 균열, 변화하는 가족과 공동체의 의미, 디지털 환경이 일상에 새기는 흔적 등을 섬세하게 읽어낸 박솔뫼의 관찰력에 주목했다. ‘사과’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화해와 이해’에 있다. 명확히 규정된 결말이 아닌 불명료함을 남김으로써, 작가는 독자 스스로의 답변을 요구한다. 이 점은 전통적인 교훈주의적 소설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근 한국문학상은 신진 작가나 다양한 사회적 배경의 작가에게 문턱을 낮추며, 상의 존재 가치와 영향력에 대한 재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중앙문단 중심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박솔뫼처럼 여성 작가이자 작은 출판사와 함께하는 작가의 수상은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학상 본연의 취지는 ‘지금 이곳’의 현실 고민을 반영하는 데 있다. 박솔뫼의 ‘사과’는 일상과 감정의 미세한 틈에서 한국 사회의 집합적 불안을 길어 올리고, 독자로 하여금 ‘지금 내 곁의 사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수상 이후 문학계 또는 대중이 박솔뫼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그는 이미 2019년 김승옥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이력 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타협하지 않고, 완성도 높은 단편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럼에도 마이너리티 감수성과 소수자의 시선을 견지해왔다. 지금은 각종 사회적 위기와 불안이 겹겹이 중첩되는 시대다. ‘사과’가 보여준 미세한 일상 속 ‘부조화’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삶의 원칙과 공동체 규범을 되짚어보게 한다. 한편 박솔뫼의 언어가 독자 모두에게 쉽게 다가가는 문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수용과 비판, 그리고 보다 포괄적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더 느리지만 깊이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한국문학의 현재를 감지할 수 있는 이번 수상은, 박솔뫼의 작품이 사회적 고민과 문학적 성취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이효석문학상이라는 제도적 틀이 앞으로도 시대와 호흡할 수 있으려면, ‘사과’와 같은 실험적이면서도 공감력 있는 이야기에 꾸준히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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