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도서 선정에 부는 ‘정치적 중립’ 논쟁…서울 중학교 방학 추천도서 사태의 맥락

서울의 한 중학교가 여름방학 추천 도서 목록에 대통령 자서전을 올렸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해당 도서를 결국 명단에서 제외한 사건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방학을 앞둔 시기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독서 활동을 권장하는 것은 교육 현장의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번 처럼 정치적인 인물이 쓴 자서전, 그것도 현직 대통령의 저서가 포함되었을 때의 파장과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현행 초·중등교육법령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공립학교에서의 정치적 편향 방지를 여러 차례 주지해왔다. 최근 10년간 여러 차례 반복된 ‘추천 도서 논쟁’은, 추천 도서가 필수 ‘권장’이냐 단순 ‘안내’이냐를 두고도 학교·교사·학부모·정치권 할 것 없이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도서 선정과정이 자율성을 가지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학생 개개인의 독서 취향과 학습환경에서의 다양성 존중이 늘 강조된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단지 해당 책이 ‘대통령 자서전’이냐를 넘어서, 학교가 마련하는 추천 목록에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불신과, 공교육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데 있다. 과거에도 보수·진보 진영의 거물 정치인 혹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저작이 명단에 올랐다 논란을 빚었던 적은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서적은 그 상징성과 즉각성에서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교사 내부에서도 곤란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일부는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아예 위험요소가 될 만한 책은 적극적으로 배제한다”고 털어놓는다. 학부모들도 크게 둘로 나뉜다. 한 쪽은 ‘정치적 중립선 지키기’ 원칙을 내세워 학교에 적극 항의했다. 반면 ‘다양한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일련의 반발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에 도서 선정의 기준이 어느 정도 ‘외부 시선’에 따라 흔들렸다는 점은, 사회적 합의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교육의 중립성과 개방성 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한다.

더불어, 출판계는 이번 논쟁이 단순히 대통령 저서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우려를 드러낸다. 최근 들어 신간 저자 추천, 사회적 유명 인물 서적이 각종 학교 명단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현상에는 ‘독서 활성화’ 명분과, 신문·방송·SNS 등으로 이전보다 역동적으로 연결된 정보 환경이 맞물려 있다. 추천 도서 목록이 특정 출판 또는 저자와의 이해관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사와 교육 현장 모두 더욱 투명한 선정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다양한 성장 맥락을 지닌 학생들에겐 더욱 중요하다. 이처럼 도서 한 권에 뒤따르는 사회적 의미와 현실적 고민, 그리고 현장에서 부딪치는 갈등은 ‘학교 추천도서’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도 숙고하게 만든다.

이 사건의 이면엔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논란을 원천 차단하며 공정성을 앞세울지, 혹은 다양한 사회 담론에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를 줄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남는다. 최근에는 교원단체에서도 낡은 도서검열 논리가 부활하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실적으로 정치적 중립과 다양한 사상·문화의 경험을 동시에 추구하자는 이상론과 실제 현장에서의 결정 간의 괴리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교사가 학생을 위해 스스로 권하는 책’과 ‘권력자의 육성을 정식으로 안내하는 것’의 경계가 현장에서 명확해지지 않았다는 게 수십 년째 이어지는 논쟁의 본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본인들의 목소리다. 독서 경험이 다양해질 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스스로 구축할 힘이 커진다. 학교 측이 추천 도서를 내세울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의 소통이 현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교육이 어떤 책·어떤 사람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 것인지를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할 때다. 또다시 논쟁은 반복될 수 있지만, 결국 사회는 작은 사건마다 합의의 경계를 확인하고 확장해나가며 성장해왔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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