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폭망” 총선 이후로 미뤄진 세제안, 야당과 국민 모두 등을 돌리다
국회 여당 원내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의원총회장은 평소와 달랐다. 주요 친여 중진 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러다 망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제안, 그 가운데 부동산 및 소득세 완화 조치에 대해 회의는 한 마디로 쏟아지는 비판의 장이 됐다. 총선을 불과 6개월 남기고, 정부 주도의 ‘고강도 개편안’이 도입만 언급하자마자 보류로 전환된 현장은 권력 내부의 동요와 혼란, 통제 불능에 가까운 파열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 사안의 타임라인을 짚어보자. 지난 주 기획재정부가 ‘신규 부동산, 금융자산 세제 선진화 방안’ 초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이어 여당 의원 30여 명이 긴급 간담회를 요청,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는 “시기상조”, “민심 민감도 무시”, “지방 격차 심화”, “재정건전성 무시” 등 온갖 쓴소리가 이어졌다. 특정 의원은 “총선 직전 이런 방안 내놨다간 폭망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한 정책위 간부는 “정부도 뒷받침 못하겠다”며 손을 들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현역의 입장에서 체감한 여론의 반발 기류는 압도적이었고, 충분한 내부 검증·공론화 과정도 결여됐다는 것이 지적됐지만 정작 당 지도부는 오히려 책임을 각 부처로 미루는 혼선만 보였다.
연이은 혼란의 원인은 구조적이다. 현 정부 여당은 약속한 ‘세제선진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내용은 부유층과 대기업 감세 성격이 강하다. 서민 및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기 힘든 감세 효과, 인플레이션과 정체된 민생, 계속 오르는 부동산 가격현실과 결합해 민심은 빠른 속도로 이반 중이다. 동시에 정부는 단기적 세입 감소에 대비해 복지·SOC 등 필수 예산의 추가 삭감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렇게 간다간 사회적 혼란, 불평등 심화, 재정 수축 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세부 방안을 들여다보면 조세 형평성을 거스르는 요소도 노골적이다. 임대소득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하안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적 명분과 괴리가 크다. 세금으로 시장을 자극하고 투자를 유도한다는 논리는 2008~2018년 일련의 감세정책 실패에서도 이미 위험성이 입증된 바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 및 임대인 로비의 영향력 행사 정황, 오너 리스크를 대변하는 입법적 왜곡 등 구조적 부패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재검증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점 역시 의심을 부추긴다.
여당이 총선 이후로 ‘세제안 유예’ 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적 생존 본능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기초 여론 조사 결과, 전체 국민 74%가 이번 개편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여론기관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강남, 용산, 서초 등 특수지구 지지층의 일부 결집 외에는 오히려 ‘표 갉아먹기’에 가깝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 팽배하다. 일부 보수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식의 정책전환은 직권 남용이자 총선용 술수”라는 극단적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 또한 이번 정책 유예 결정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과 책임 떠넘기기, 국회 내 비공개 정보 누설 파문, 여당-정부-청와대 간 핫라인 기능 부재 격화까지 총체적 시스템 위기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응도 매섭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제도적 특혜”라 규정하고, 노동계와 국감위도 “목줄이 죄어지는 노동자, 서민은 버리고 오직 초친여 대자본 편들기”라 직격했다. 역대 정권 모두 선거 직전 민감한 조세 이슈를 대리정치·이해집단 로비에 맡기고, 검증구조 없이 뒷거래해온 역사가 반복되는 셈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여당 일각에서 “총선 뒤 기정사실화시키겠다”는 발언이 공공연히 오간다는 점이다. 이른바 ‘민심에 숨다’가 아니라, 반(反)민심·몰염치 정치의 극단적 행태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지금의 혼란은 일차적으로 공론 절차의 실종, 사실상 국정 의사결정 구조의 폐쇄화, 당내 견제기구·외부 검증장치 붕괴에서 비롯된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달래기’에만 급급한 정치행정은 구조적 부패 고리를 확장시키는 촉매에 불과하다. 요란한 친서민·형평 구호와는 달리, 막후 이면에는 여전한 기득권 중심 거대 네트워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앞으로도 정책 방향이 선거 스케쥴에 맞춰 여론 임시조작과 정치적 꼼수로만 흘러간다면, 남은 것은 민심 이반과 권력기반 붕괴, 그리고 다시 곪아터질 ‘세제·복지 백지화’ 후유증뿐이다.
이상, 세제개혁안 논란은 단순한 정책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권력의 오만과 책임 회피, 그리고 부패적 행정구조가 만들어내는 무능의 총체다. 유예 결정 한 번으로 민심이 돌아설 거라 착각한다면 그건 더 큰 위기의 시작점이 될 뿐임을 권력자들은 똑똑히 직시해야 한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