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올겨울 무엇이 유행할까…日 2026년 하반기 ‘넥스트 트렌드’ 4선
가을바람이 한창, 이번 겨울엔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일본에서 빠르게 포착된 2026 하반기 패션 트렌드 네 가지를 정리해본다. 현지 패션위크, 바이어 관찰, 인기 브랜드 캠페인 등 일본 패션계 현장 속에서 지난 몇 달간 유난히 자주 눈에 띄었던 신상 무드들을 한 데 모았다.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 Z-세대, 그리고 국내외 패션 평론가들의 분석까지 담아 지루할 틈 없이 소개한다.
가장 먼저, ‘테크노 포멀’의 대세가 놀라울 만큼 빠르게 퍼졌다. 테크니컬 소재와 포멀 실루엣의 믹스가 이번 시즌 도쿄 거리와 하라주쿠 셀럽들 사이에서 마치 신드롬처럼 자리잡았다. 발수코팅된 블레이저, 투명 방풍 젤리 패딩, 하이브리드 점퍼처럼 기능주의 아이템들이 클래식 수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 스포티함과 세련미가 동시에 녹아든 요 아이템들은 온도 변화가 심한 도시 라이프에 완벽히 어울린다. 언더커버(UNDERCOVER), 사카이(SACAI), 화이트마운테니어링(White Mountaineering)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각기 테크스러운 원단 위에 구조적 재단을 더하는 식으로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다.
한편, ‘하이브리드 아우터’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이번 겨울 일본 중심가를 뜨겁게 달군 스타일 중 하나는 바로 코트와 패딩, 점퍼와 오버셔츠 등이 합체된 실험적 아우터 열풍이다. 도쿄 신주쿠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거리 패션을 보면, 한 가지 형태에 머물러 있지 않은 실루엣이 대세로 부상했다. 퀼팅과 봉제선을 강조한 디자인, 예측 불가능한 집업이나 스냅 버튼 포인트, 그리고 믹스매치된 다양한 소재 조합이 눈에 띈다. 알파인 스포츠웨어 DNA를 계승한 브랜드들과 유니섹스 신규 브랜드들이 손을 잡고, 시즌 한정 콜라보 라인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 번째로 언급되는 키워드는 ‘뉴 레트로 카와이(可愛い)’다. 클래식 일본문화에 대한 재해석 트렌드가 훨씬 젊고 입체적으로 진화했다. 90년대 하라주쿠 소녀 스타일이 표면적으로 복각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자수, 키치한 액세서리, 심지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감한 컬러감까지 세련되게 가미됐다. 고전적인 ‘카와이’ 이미지는 여전히 인기이지만, 오버사이즈 리본 대신 볼드한 그래픽 니트, 복고풍 셔츠에 울트라 모던한 머플러 매치처럼 경계를 흐리는 활용법이 요즘 대세. ‘지방시 재팬 라인’, ‘아페쎄 x 준야와타나베’ 협업 등 굵직한 브랜드들도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탔다.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흐름은 바로 ‘에이터터블(Adaptable) 실루엣’에 있다. 올해 일본 도심에는 아예 다목적 옷이 판을 쳤다. 포켓이 여럿 달려 실용적인 툴 베스트, 상하의가 결합·분리 가능한 트랜스폼 셋업, 에코 소재를 사용한 생활 친화형 점퍼, 리버시블(뒤집는) 아이템 같은 양면 사용 옷들이 꾸준히 강세다. 패션 피플들 사이에선 “한 아이템으로 두세 가지 무드 즐기기”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일본 패션브랜드 ‘스노우픽’과 ‘야마토’가 선보인 기능성 셋업은 도시~네이처~캠핑까지 폭넓게 커버하며 인기를 끄는 중. MZ세대들은 SNS 속 해시태그 ‘#다목적아우터’로 일상 속 스타일 변신에 도전하는 등, 실제 활용성에 근거한 옷들이 장기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4가지 트렌드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과 해외 컬렉션, 리서치기관 반응들을 살펴보면 일본 스트리트와 럭셔리, 스포츠웨어의 삼각 합주가 글로벌 패션시장에 여전한 영향력을 미침을 확인할 수 있다. 또 Z-세대 중심의 초실용주의, 하이브리드화, 독특한 레트로 감각은 우리나라와 다른 각도로 일상에 녹아든다. 삼성패션연구소, 닛케이패션, WGSN 일본지사의 최근 분석자료를 참고하면, “도쿄발 실용 트렌드가 한국 주요 셀러브리티 패션에도 곧 반영될 것”이라는 점이 유력하다. 사실, 이미 앰부쉬(AMBUSH), 오니츠카타이거, 프라이탁 등 아시아-유럽 브랜드들은 이런 흐름을 반년 전에 파악, 선제적으로 프리오더 마케팅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올해 F/W 시즌 국내 주요 백화점과 온라인 부티크에는 일본계 아우터와 하이브리드 자켓 리오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상 트렌드를 무작정 쫓기보다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실용성과 ‘한끗차이’를 살린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같은 테크노 포멀이라 해도 이상하게 튀는 컬러·실루엣을 고르면 오히려 촌스러워질 수 있다. 하이브리드 아우터 역시 너무 과한 디테일보다는 포인트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준다. 뉴 레트로 카와이는 ‘카와이=핑크+프릴’ 공식을 깨고, 자신만의 레이어드 룩, 취향 섞기나 아이코닉 아이템 조합에 도전하는 것이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에이터터블 실루엣은 주말 외출·출장·여행까지 무리 없이 소화 가능한지 미리 써보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발 2026 F/W 트렌드는 그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이제는 ‘우리도 곧 입게 될 미래 옷장’의 예고편이다. 단순히 스타일만 좇기보다는, 기능성과 감각, 실용을 조화시키는 트렌드 본질을 읽는 것이 진짜 스타일리스트의 한 수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