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교, 이제는 외면하지 않는 선택지

7월의 뙤약볕 아래, 천안 불당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2학년 교사 강은지 씨는 복도를 가로질러 뛰는 아이들의 소리에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해 신도시 학령인구 급증으로 35명 정원을 훌쩍 넘긴 반이 늘어난 직후였다. 교실은 물론, 화장실과 복도도 쉼 없이 붐볐다. 급식을 기다리던 예림(9)이는 자리 배치를 두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도 벅차다며 조용히 속내를 털어놨다. 이처럼 전국 신도시와 도시권 학교들은 ‘과밀’이라는 고질병 앞에서 ‘교사-학생-학부모 모두의 생활권 침해’에 시달려왔다.
충남도의회가 이번 13대에서 ‘과밀학교 지원 조례’ 제정을 예고했다. 실질적 첫 도입을 향한 행보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신설학교 이외 기존 학교까지도 지원 범위를 넓혀 교실 증축, 인력 확충, 복지제도 강화 등 구체적 방향 제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조례 발의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학생 수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 이면엔 ‘국가 교육 기본권 평등’과 지역 간 심화되는 ‘교육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실제 지난해 천안, 아산 일대 초등학교에서는 39~41명 반편성, 600명 단일 학년 등이 반복되면서 학생 안전, 교육 집중도 모두가 출렁였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몇몇 지자체 지원에 머물렀던 종전과 달리 이번 조례가 통과된다면 법적·행정적 틀 안에서 모든 과밀 학교에 실효적 대책 마련이 가능해진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교육부의 ‘2023 학교 학급당 학생수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 및 충남 도시권 70% 이상 초등교가 여전히 과밀 기준(한 반 28명 초과)에 해당했다. 새로 짓는 학교에서도 학생 수 예측 실패, 전입생 급증, 교실 확보 한계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천안 불당동 A초 교장은 ‘유동인구와 출산률까지 고려해 설립했는데 2년 만에 이미 포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례 추진 과정은 예상보다 순탄하지만은 않다. 한편에선 ‘도내 군·농어촌 소규모 학교와의 역차별’ 논란이 여전하다. 학생이 적은 지역도 예산 부족, 시설 노후 등 만성적 어려움에 내몰려 있다. 이에 도의회 교육위는 이번 조례가 자칫 도농 간 갈등 구조를 낳지 않게끔 형평성 원칙, 추가 지원 절차를 명확히 담을 방침이다. 또 지역 간 인구 편중이라는 구조적 모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원책만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서울·경기권 사례처럼 교원 추가 배치·시설 증축이 일시적 봉합에 그친 전례도 있다. 따라서 본질은 ‘학령인구 재배치, 장기적 교육 인프라 재설계’라는 커다란 숙제를 각 지방정부와 교육행정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는 경고성 제언으로 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육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학생과 교사의 괴로움을 떠올리면, 이번 조례는 분명 ‘과밀’에 부딪힌 이들에게 평등한 숨구멍이자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다. 얼마 전 불당동 B초의 35년 경력 교사 최정호 씨는 “10년 전엔 한 반에 24명, 교사 업무도 지금보다 여유가 있었다”면서 “이제 반 아이 이름도 다 못 외울 판”이라고 했다. 아이와 교사가 맺는 관계의 깊이도, 수업의 온기도 얇아지고 있다는 체감이 아쉬움을 더한다. 실제 학생 1인당 상담 시간, 개인별 관찰·피드백 시간이 대폭 줄어든 현상은 이미 수치로도 드러난 바 있다.

사람의 일은 결국 사람이 들여다봐야만 보인다. 조례 한 장의 서명, 강의실의 벽돌 한 장이 아이들의 미래와 교사의 번아웃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2026년 대한민국 사회는 시험대에 섰다. 한 명 한 명의 배움과 행복, 그 균등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책의 테두리가 일상 구석구석으로 실효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번 충남도의회의 움직임이 단발성 예산 투입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 실질적 희망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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