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비광’, 관객의 빛이 된 이유
뜨거운 8월, 올해 스크린 전쟁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비광’이 만들어냈다. 최근 진행된 박찬욱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GV)가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영화는 동시기 개봉작들 중 압도적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예매 플랫폼 실시간 집계에서 확인된 통계를 보면, ‘비광’의 티켓은 주말 내내 가장 빠르게 소진됐고, GV 행사 장소 역시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2026 극장가의 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그간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등에서 섬세한 심리 묘사와 그로테스크한 미장센, 인간 내면의 뒤틀린 욕망을 관객에게 정면으로 들이밀어왔다. ‘비광’에서도 감독은 여전히 파격적이고 복합적인 서사를 자신만의 리듬으로 끌고 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의 작풍 위에 새로운 결, 시대 변화에 대한 표정이 더해졌다.
이번 작품에서 박찬욱 감독은 파국적 서사를 바탕으로, 인간 관계라는 영원의 전장과 영원히 끝나지 않는 죄책의 그림자를 비춘다. 홍두깨처럼 휘둘리는 폭력 대신, 인물 각각의 미세한 감정 떨림에 집중한다. 그 결과로 완성된 ‘비광’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미세한 빛줄기처럼, 절망과 희망의 혼합물을 쏟아낸다. 최근 유입된 2030 관객층은, 감독표 감정곡선의 진폭이 SNS에서 화제가 된 부분과도 연결되어 있다.
‘비광’의 GV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박찬욱 감독의 발언과 배우들의 실시간 피드백에 쏠린 플래시 같은 관심이 증명한다. 유례없는 예매율을 견인한 것은 단순한 ‘화제성’이 아니었다. 코로나 엔데믹과 OTT 대중화 이후, 관객은 이제 극장에 ‘체험’을 원한다. GV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 각각의 캐릭터 해석 과정, 앵글 선택의 이유, 그리고 한 장면 안의 이중적 리듬―이 세 가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2026년 한국영화의 키워드, 바로 ‘긴장과 공감의 동행’이 ‘비광’과 조우한다.
이번 흥행 돌풍의 또다른 이면에는 코로나 이후 스크린 산업의 지각 변동이 있다. ‘비광’은 개봉 전부터 OTT 선제 계약설, 글로벌 리메이크 이슈, 뉴미디어 시사회 등 여러 스노우볼을 굴리며 기대치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한국 멀티플렉스 극장에서의 폭발적 예매율 변화가 보여주는 것은, 영화 본연의 물리적 경험이 OTT 몰입감과 여전히 결이 다름을 웅변한다. 관객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프레임 설계와 실제 사운드를 직접 마주하려 극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지점은 배우 구성과 연기 스타일의 혁신이다. 기존 박찬욱 월드의 단골 배우군과 새 얼굴이 독특하게 블렌딩됐다. 발화와 침묵의 구간, 찰나의 표정 변화에 숨은 내러티브의 농도. 주연 배우의 눈동자, 한숨, 그리고 무심한 손동작까지 모두 계산된 리듬 위에 놓인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 간에 오간 치밀한 대화가 GV에서 드러나면서, ‘장인정신’에 목마른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당분간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스펙트럼이 넓을 것이다. 어떤 관객은 ‘지나치게 암울하다’ 혹은 ‘불친절하다’는 평을 내놨지만, 다른 쪽에서는 ‘한 컷 한 컷이 예술이고, 모든 컷이 질문이다’라고 응답한다. 문화적 취향의 분화, 그리고 감독/배우/관객 사이를 잇는 긴장선의 미묘한 진동이야말로, 바로 2020년대 한국영화의 풍경이다.
‘비광’의 흥행 돌풍은 동시기 개봉작들과 명확한 대비를 형성한다. 상업적으로 안전한 장르 영화나, OTT 인기작의 극장 이식이 대부분 ‘무난한 성적’에 그치는 상황에서, ‘비광’은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겨눴다. 감독의 심미적 실험, 배우진의 변화와 GV와 같은 현장 집객 이벤트가 총합을 이룬 것이다.
대중과 영화 산업이 어떻게 교차할지 그 귀추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비광’의 현재 성적표와 뜨거운 관객 반응을 종합하면, 박찬욱 감독의 시도는 분명 한국영화의 거대한 방향 전환점을 예고한다. 극장과 OTT, 이야기와 체험, 감독의 메시지와 관객의 해석 사이에서 오가는 전류. ‘비광’의 성공은 미래 스크린 패러다임 논의에서 새로운 기준점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더듬더듬 남아 있는 어둠을 뚫고, 관객이 직접 선택한 이 빛의 전시장―‘비광’은 그 이름대로, 여름 극장가 최강의 존재감으로 남을 것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