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서 열린 시민사회 공론장, 도시공간과 사회적 상상의 경계선에서

2026년 9월 광주시의 도심 한복판, 전일빌딩245에서 시민사회 공론장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모임은 광주의 상징적 장소에서 지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교류되고 토론되는 실험적 장이었다. 주최 측은 도시와 민주주의,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공공장소의 재해석과 시민참여를 중점에 뒀다. 참가자들은 지역 현안부터 거버넌스, 청년 일자리, 환경문제, 문화적 다양성, 5·18의 역사와 도심재생에 이르는 폭넓은 키워드를 놓고 각자 의견을 나눴다. 현장에는 세대와 분야를 초월한 인사들이 참여해, 단순 발표회에 그치지 않고 소그룹 수평 네트워크와 즉흥 발언, 질의응답 등이 이어지며 광주만의 집단적 에너지와 긴장감을 실감케 했다.

도심 속 전일빌딩245는 구 전일빌딩 총탄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며, 근대사의 사회적 아픔과 민주주의 쟁취 과정의 살아있는 상징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의 장소성은 단순히 물리적 배경이 아니라, 국가 폭력과 시민저항, 그 이후 공동체의 상상력까지 함축한 공간적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주요 공론 주제였던 ‘참여적 도시 미래’는 형식적 의견개진 수준이 아니라, 지역 의제에 대한 실질적 숙의와 참여방식 전환이라는 도전 과제를 지역사회 스스로 던진 셈이었다.

공론장 내 토론은 토지공개념, 도시권의 사회적 재분배, 지역 주도 산업구조 개편, 신산업 유치와 고용, 청년층 인구 감소와 유출, 광주다움의 창조적 계승 등으로 확장됐다. 특히 지역 내 실질적 갈등(예: 발전의 불균형, 대표성 논란, 환경·산업 개발의 모순 등)에 관해 상당히 직접적이고 냉철한 발언이 오갔다. 몇몇 청년, 지역활동가, 학계 등은 중앙정부 주도나 구호 위주 정책이 아닌, 실질적 권한 이양·재정 자율성 확대가 근본이라 짚었다. 행사의 외형적 민주성 이상으로, 사적 이익과 집단 이기주의, 구도심 탈주화 등 현실적 통찰과 성찰이 공존했다는 점이 현장 풍경을 남다르게 만들었다.

공론장의 구조적 실험성도 눈에 띈다. 기존 권위적 패널 중심 방식을 탈피해, 회전형 오픈 플로어와 테마별 즉흥 질의, 자유로운 비동기 코멘트 시스템이 가미됐다. 이종 집단 간 조우가 주도적으로 이뤄지며, 보이지 않던 의제들이 표면화됐다. 일견 도시계획 논쟁이었던 의제가, 대화 중 지역문화 위계, 언어와 소수자 인권, 5·18 역사인식, 기술 교육 격차 이슈 등으로 확장되는 등 담론 변주도 돋보였다. 이러한 좌충우돌 방식은 시민 공론장의 진정한 역동성과 지역정치의 현재성을 드러냈다.

광주의 도시재생과 민주성 논의는 전국적 맥락과 단순 병렬될 수 없다. 남미·유럽 도심 재생 사례들에서 보듯, 역사적 공간은 지역사회의 주체적 실험을 통해 재구성된다. 최근 독일 베를린이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에서 벌어진 공공장소와 민주주의 실험처럼, 광주 역시 과거와 현재, 신구의 긴장 속에서 시민적 창조성과 도시적 생명력을 고민하고 있다. 즉, 현장 공론장은 ‘지방시대’ 담론의 실제적 실험장인 셈이다.

특히, 5·18과 근현대사의 상흔에서 비롯된 ‘공간의 정치성’은 단순 보존 문제를 넘어 사회적 상상력 확장과 공동체 구축의 코드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시민 공론장이 한국형 거버넌스 실험의 실질적 촉진제가 될 수 있을지, 지방도시 민주주의의 미래는 이러한 시도들로부터 새롭게 구성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부 담론이나 중앙 권력의 하향식 논리가 아니라, 광주와 같은 도시 현장에서 상향식 참여와 실험이 활발해질 때, 한국 사회 전반의 도시 민주성 논의 또한 새로운 진전을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적 시각에서 볼 때도 이런 지역 공론의 실험은 포스트 코로나, 인구 감소와 이주, 청년 유출, 산업구조 변화, 사회통합과 복원력 강화라는 전지구적 도전에 대한 한국사회의 능동적 응답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결국, 광주의 전일빌딩 공론장은 민주적 도시공간의 재인식, 지역주도 거버넌스 실천, 사회적 담론의 구체적 혁신 지점이 한데 만나는 한국형 실험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변화의 움직임이 구조 개혁과 제도 혁신으로 이어질 경우, 도시 자체가 새로운 권력 공간이자 사회적 상상력의 무대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틀 깨기’의 노력은 피로와 한계도 노정하지만, 시민 주체와 지역사회가 그 동력임을 현장은 다시 증명하고 있다.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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