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노동 정부의 역주행…기간제 2→4년 ‘반노동’ 메가특구법 파장

정부가 전격적으로 임시직 근로자, 즉 ‘기간제’ 고용 기간의 상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조와 진보진영이 강하게 반발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명확하다. 집권 초기 ‘친노동’을 내세우던 정부였으나, 이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명분으로 역주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이 결국 정규직 전환 기회를 줄이고, 불안정 고용을 더욱 고착화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은 규제완화 및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수혜가 노동자 전체가 아니라 일부 메가특구와 거대기업에 집중된다는 불신이 커진다.

지난 7월 31일 국회 산업특별지역법(일명 ‘메가특구법’) 발의와 함께 제출된 이 법안은 스마트제조, 친환경에너지, 미래차, 바이오 등 이른바 메가특구 지정 산업에 축적될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산업별 맞춤형 인재 개발과 채용유지에 실질 도움이 될 것”이라 홍보한다. 그러나 고용 현실은 다르다. 현행법상 기간제 근로자는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4년으로 늘리면, 사업주는 더 오랜 기간 이를 미루게 된다.

실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 노동자 중 기간제는 2025년 기준 약 350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의료, 교육, 돌봄, 제조 등 노동집약형 분야다. 이들은 이미 고용 안정성 부족에 시달린다. 같은 시기 OECD 주요국은 기간제 사용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추세다. 일본·독일은 3년, 프랑스·영국은 2년 이내다. 하지만 한국은 역행한다. 노조를 비롯해 비판 여론이 들끓는 배경이다.

집권 세력의 기조 전환 배경에는 현행 노동시장 구조가 투자의 걸림돌이 된다는 보수 지지층과 경제단체의 불만이 있다.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투자자와 대기업 권력자, 그리고 이들과 연결된 여당 친기업파의 맞물린 이해관계가 정책 추진에 핵심 동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범보수 정치권과 재계는 “일자리 창출=규제완화”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문제는 이 논리의 허점이다. 싱가포르, 덴마크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노동친화적 성과를 낸 사례는 정착된 사회안전망과 재교육 시스템이 전제였다. 국내 현실은 다르다. 기간제 사용기간만 늘리고 사회적 보완책은 대폭 미진하다. 이대로라면 기간제 고용 남용과 청년층 일자리 질 악화가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메가특구 지정기업은 현실적으로 기술집약·대규모 투자 역량을 갖춘 대기업과 외자계 다국적 기업에 집중된다. 실수요자인 학생·청년·여성의 고용 불안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노동 전문가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종합적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이번 입법 과정을 두고 야당과 시민사회도 ‘기득권자 위한 노골적 반노동 법안’이라 규정한다. 각 정당의 프레임 싸움이 치열하다. 여당은 ‘성장=일자리’, 야당과 진보 진영은 ‘비정규직의 덫’을 부각한다. 문제는 추상적 메시지에 갇혀 구체적 정책 보완책 논의는 실종됐다는 점이다.

국회 논의 과정 또한 투명성과 균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노동계·전문가·이해당사자 참여 없이, 여야 정쟁의 메타포로 사용되는 것도 현실이다. 제도 변화의 무게로 볼 때 숙의와 사회적 대합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4년 연장안은 정부-여당 내에서 조율된 기득권 연합의 요구사항 중심으로 신속하게 입법 트랙에 올려졌다. 반노동 메가특구법 파장은 단순히 고용 규제 한 가지 문제를 넘어 권력 지형의 개편, 즉 실력자 중심 노동시장 재편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프레이밍 전략 측면에서, 정부는 ‘혁신·성장’의 프레임에 베팅한다. 반면, 야당은 ‘불평등 심화·공정성 실종’에 초점을 맞춘다. 어느 쪽의 프레임이 국민을 설득할지는 미지수다.

메가특구법이 현장에 미치는 여파는 이미 전국 주요 노동현장에서 감지된다.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의료인력, 대기업 사내파견 등이 ‘정규직 전환 포기 선언’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세대·여성노동자, 재취업층의 절망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위기감 속에서 기업 측은 “경쟁 상대국 맞추기”라 호소하고, 노동계는 “이것이 혁신의 이름을 빌린 불안정 착취”라고 맞선다. 갈라진 프레임과 전선. 합리적 대안 논의가 절실하다. 정책 추진 주체들은 비관계자 희생과 미래세대 부담 전가에 대한 성찰부터 해야 한다. 정치권의 프레임 싸움에만 매몰된다면 노동시장 불확실성, 사회 갈등은 앞으로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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