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 ‘당신의 게임은 안전하십니까?’ 유럽의 게임 보존 현주소
게임 보존이란 단순히 게임 타이틀을 저장하거나 복각하는 문제를 넘어, 디지털 문화유산으로서의 게임을 장기적으로 지키는 산업 전체의 과제다. 이번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 2026’ 현장에서는 유럽 각국이 게임 보존을 바라보는 현실적 고민과 정책적 한계, 그리고 산업적 대응 전략까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실제 유럽 내 대형 게임 퍼블리셔와 독립 스튜디오, 게임 박물관, 시민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역사적·기술적·법적 측면에서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게임 보존의 기술적 원리에는 플레이어블 빌드(구동파일)의 안전한 데이터 저장 뿐 아니라, 서버 기반 온라인 게임의 서버 코드와 운영 인프라까지 포함된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원본 개발 소스코드와 실행 환경(구, 콘솔, OS 등)의 백업 및 에뮬레이션 기술 개발이 중요하고, 온라인 게임은 서버의 가동 중단 뒤 또 다른 방식의 보존(예를 들어서 서버 코드 공개, 멀티 유저 테스트베드 제공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저작권, 라이선스 만료 등 복잡한 법적 이슈가 얽히며, 실제로 다수의 고전 명작들이 사라지거나, 오직 개인 아카이브와 해커 집단의 힘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게임스컴 현장 발표 중, 독일 게임 박물관(Museum of Video Games) 디렉터 마티외 슈텔의 ‘보존 불가의 순간들’이라는 세션은 유럽 대중의 공감대를 크게 자아냈다. 2010년대 대형 온라인 게임 서버가 종료되며, 그 안의 커뮤니티와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사례, 법적 이유로 아예 소스코드 복원조차 불허되는 IP(IP=지식재산권) 문제 등이 생생하게 언급됐다. 특히 유럽영화보존연합(ACE)이 산업 정책과 연결해 겪는 힘든 경험, 예를 들면 각국별 규제 차이 및 데이터 관리 주체의 부재, 민간과 공공 섹터 협력 모델의 가시적인 실패가 세밀하게 소개됐다. 유럽연합(EU) 내에서 데이터 이동권, 문화산업법, 저작권 지침 변화가 일정 수준 논의되더라도, 실제로 게임에 이 내용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긴 아직 어렵다는 평가다.
한편 최근 5년간 기술 발전으로 의미 있는 진전도 등장했다. 우선 현대적 인기 타이틀의 소스코드가 백업되고, 아카이빙 자동화 솔루션이 상용화되는 등 일정 부분 물리적 보존의 품질이 개선됐다. 위키피디아 기반의 ‘디지털 게임 헤리티지’ 프로젝트와, 온라인 에뮬레이터 플랫폼 지원 등은 일반 게이머와 연구자 모두에게 접근성을 높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상업적 이익이 사라진 폐쇄 게임 서버의 완전 복원이나, 소스코드 누락·분실 사태에서 비롯된 게임 실종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
산업 사례 측면에서는 프랑스 유비소프트나 폴란드 CD Projekt RED와 같이, 자사 명작의 리마스터·레거시 타이틀 아카이빙 전담팀을 운영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중소 스튜디오와 인디 게임의 경우 개발 당시 리소스 부족, 사후 관리 외면 등으로 고전 게임의 80% 이상이 15년 내 실질적 사라지는 현상이 속출한다. 여기에 최근 AI 기반 업스케일링, 자동 코드 복원 기술 등이 도입되며, 기술 난이도의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동시에 주목 받았다. 다만 이들 기술 역시 원저작권자와 라이선스 보유자의 협력 없이는 궁극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럽연합 내 일부 국가는 국가 차원의 게임 보존 프로젝트를 법제화하는 시도도 있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디지털 문화유산 정책에 게임을 명문화시켰고, 프랑스의 영상자료원 및 파리국립미술박물관에서는 게임 개발사와 공동 아카이빙 구조를 시험 중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파급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게임 보존의 성공적인 모델이란, 기술적, 법적, 경제적 지원이 삼위일체로 작동해야 하지만, 경제적 이인(利因)을 느끼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시장 자율만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10년 내 대규모 IP 소멸과 데이터 유실 흐름이 예고되는 가운데, 현장의 논의는 게임 보존이 더 이상 게임팬의 추억, 개발자의 의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경고를 분명히 한다. 정책적 인센티브 확대, 글로벌 표준 아카이빙 청사진 마련, 저작권 관리 체계의 유연화 등 선진국형 메타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특히 구글, MS, 닌텐도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인프라와 경험, 유럽 각국 문화기관의 협력적 호환성 확보가 중요한 열쇠로 부각된다.
게임은 단순 오락 상품을 넘어, 인류 디지털 문명의 본질적 증거다. 미래 세대를 위해 안전하게 계승될 수 있을 것인지, 오늘날 업계와 정책 리더십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유럽에서 촉발된 이 논의가 글로벌 규범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