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 조연의 역습, 긴 드라마 속 진짜 웃음 폭탄은 이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유쾌하게 속이 뻥 뚫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 장면들이 대체로 어디서 터지는지 집중해 보면, 의외로 주인공이 아닌 이른바 ‘밉상’ 조연들에게서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방영 중인 주요 공중파·케이블 드라마마다 이런 조연 캐릭터의 존재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긴 러닝타임, 울고 웃는 클리셰의 반복, 진부한 삼각관계와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 틈새, 그 시큰둥한 허공에 작렬하는 날선 한마디와 현실감 넘치는 리액션은 시청자의 속을 뚫어주는 청량제로 자리매김한다.
예컨대 최근 화제였던 SBS 드라마 ‘다시, 봄날’의 권소라(진예솔 분)는 악역조차 아닌 단순 밉상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그녀가 치는 어설픈 계략과 무리수, 천연덕스럽게 찔끔거리는 표정은 밉다가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미 커뮤니티와 SNS에선 미음표 이모티콘과 함께 “이 츤데레 뭐냐”, “소라 없으면 재미 반토막”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짧은 등장이지만 뒷담화와 주책 없는 잔소리까지 현실감이 넘쳐나 캡처 짤방으로 유행 중. 10~30대 겨냥된 인스타 릴스엔 소라의 10초 분노 콤보가 돌고 있다.
역시 최근 JTBC ‘평일 오후 세시의 비밀’의 노상식(장광 분) 캐릭터도 빠질 수 없다. 겉으론 범생이지만 가족 앞에선 자기합리화 끝판왕, 수시로 터지는 억울·능청 대사와 세대 어긋남에서 비롯되는 어색한 대화가 드라마 몰입감의 기폭제가 된다. 이 조연이 한마디 할 때마다 댓글창은 ‘역시 노상식형’ ‘이 집안의 구멍은 저 형ㅋㅋㅋ’ 등으로 들썩인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이야기의 감초를 넘어, 아예 드라마 서사의 축을 이동시키고 있는 트렌드로 풀이된다. 주인공의 뻔한 성공·로맨스 공식에 질린 MZ세대, 혹은 티키타카식 개그에 익숙한 스마트폰 세대들이 기대하는 웃음 포인트가 전통적 메인 스토리와 달리 점점 ‘틈새 인물’에게 옮겨가는 것. 사회와 세대의 갈등, 현실 직장 내 괴짜 캐릭터, 평범한 가족 구성원 속 돌발형 인간들의 면모가 리얼리티와 해학성을 동시에 잡아내며, 주연만큼의 인기와 화제성을 확보한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 공간에서도 #밉상조연, #역대급감초 같은 해시태그로 캐릭터별 클립이 수십만 뷰를 기록하는 중이다. 일례로 tvN ‘누가 내 집을 엿들었나’ 속 오매니저(이형철 분)는 자칭 신스틸러로 불린다. 얄밉고 치사한데도 왜인지 짠하고 웃긴 존재감 때문. 이에 팬 커뮤니티들은 밉상 조연들의 어록을 모은 이모티콘, 합성 짤방, 패러디 영상을 줄줄이 쏟아내며, “이젠 주연보다 이런 인물이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을 주도한다.
기존 드라마 기획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제작진들이 아예 각본 단계부터 ‘밉상형 조연’에게 멋진 명대사나 기상천외한 설정을 추가하고, 주요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까지 맡도록 배치한다. 이미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 오리지널 기획물에서도 사이다를 주는 ‘웃픈’ 조연 클리셰를 적극 수용 중이다. <좋은 놈만 기억된다는 법은 없다>는 인식이 현장 제작진 사이에서 강해지고 있다는 것. 팬덤 반응을 피드백 삼아 캐릭터의 SNS 밈화, 공식 팬송 제작 등 콘텐츠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밉상 조연 트렌드에 대한 비판도 있다. ‘너무 희화화된 연기로 흐르면 극의 몰입도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르 불문 로맨스·복수극 가릴 것 없이 ‘공식적 감초’ 투입이 남발되면 결국 드라마의 무게중심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tvN ‘두번 사는 남자’의 허당형 반장(오만석 분)은 “노잼” “짜증나는 밉상”이라는 혹평도 받고 있다. 반면 팬덤 내부에서는 “재미없는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서사 문제가 문제”라며 조연 희생양 만들기를 경계하는 의견도 뜨겁다.
주연만큼 조연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부각되는 현상은 결국 K-드라마 특유의 속도감과 팬덤 중심 트렌드, 초스피드 소비문화가 맞물린 결과다. 유튜브·쇼츠 같은 하이라이트 소비 플랫폼에서 밉상 한방의 명장면 한 컷이면 수십만 달러 광고 효과보다 낫다는 제작사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 드라마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 때문에 본다’는 말이 흔하게 오갈 정도.
결국 오늘의 K-드라마에서 주연, 조연의 경계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유쾌한 밉상의 진격,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폭소 한 방에 시청자들은 또다시 긴 드라마의 숨통을 터뜨린다. 바야흐로 ‘밉상 조연’ 전성시대, 드라마 팬덤의 새로운 공식이 도래했다.
— 민소연 ([email protected])


조연땜에 웃음터짐😂 요즘엔 주연보다 조연임 ㅋㅋ
ㅋㅋ 밉상 조연이 이렇게 인기 많을 줄이야 ㅋㅋ 진짜 세상 변했다. 근데 가끔 억지설정 오바임. 캐릭터 잘 뽑아서 2편 나왔으면ㅋㅋㅋ
드라마 속 밉상들, 내 주변에도 꼭 한 명씩 있음🤔 현실 반영인가ㅋㅋ 다음엔 밉상 주연 드라마 나오면 대박 각일듯
조연덕에 장면장면이 더 살아나는 듯!! 요즘 팬들도 캐릭터 밈 엄청 잘 만드는 듯해서 보는 재미 up입니다~
감초 역할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건 맞지만, 너무 그쪽에 중심을 쏠면 주제의식이 흐려질 우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개그 욕심에 밉상 조연이 과장되는 경향이 있더군요. 본질을 유지하는 밸런스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드라마 보면 조연들이 찐 웃음 주는 듯🤔 현실에서 볼 듯한 특징 덕에 더 공감감~ 이 분위기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